잘 되면,

2012. 8. 10. 10:50 from 없는, 글.

잘 되면, 이라고 생각했다. 될 일이라면 될테지. 라고도 생각했다. 생각이란 놈이 참 우습구나. 하고 그는 또 생각했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는 또 잊고 잊으려고 노력했다. 단 한 번도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의 이십오년의 인생에서 행운이라 불리는 공자는 별로 없었으니까. 

전역을 한지가 고작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그가 군대에서 배운건 그 무엇도 사람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먹고, 자고, 싸는 행위를 하기위해서는 그만한 환경이 필요한데, 군대에서는 그 모든 걸 스스로 만들고 관리한다. 사회에 있을 땐 돈 몇푼이면 해결 될 일이 내 손을 거쳐야만 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에게 있어 꽤 큰 충격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인간이라는 이유로 인간다운 삶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유지할라치면 또 얼마나 많은 것이 내 손을 거쳐야만 하는가. 그래서 용접이면 용접, 목공이면 목공, 우리나라 남자들은 군대만 갔다오면 만능이 되나보다. 그래, 씨발. 공짜가 어딨어. 만들어내야지.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보며 뇌까렸다. 

지금 그는 얼마 전 솔깃한 제의를 받고 들떠버린 마음을 다잡고 있는 중이다. 복학과 취업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그에게 그 제의는 둘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나 솔깃해서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현상을 망쳐버릴까 두려웠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로 복학할 등록금을 모으고 있는 그는 자취하랴 적금부으랴 아무래도 빠뜻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편의점 일이라는게 나름 안정적이기도 했고, 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잠깐씩 졸거나 책도 볼 수 있어 복학을 해도 어느 정도 벌이는 가능할 것이라는 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주말 야간 파트로 들어온 5살 연상의 남자가 자기 일을 좀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5살 연상의 남자의 말에 따르면 하루에 2~3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웬만한 아르바이트 월급의 두배 이상을 벌 수 있다. 5살 연상의 남자가 말하는 웬만한 아르바이트라는게 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포함된 것이라면 210만원 정도를 벌 수 있을 거라는 건데, 세상에 무슨 일이 하루에 2~3시만 일하고 그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5살 연상의 말에 놀라움과 감격과 감동의 제스쳐를 보이며 생각했다. 뒤가 상당히 구린 일인가보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