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09.16 슬픈 말이다.
  2. 2013.08.20 어떻게든 쓰자_002
  3. 2013.08.20 어떻게든 쓰자_001
  4. 2012.10.20 일종의 깨달음

슬픈 말이다.

2014. 9. 16. 14:16 from 숨, 고르기.

누군가에게 소용이 닿는 인간이란 어디에도 없는거야 - 무라카미류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 김연수


무라카미류는 이런 슬픈 문장을 통해 인간의 자유로움을 찬양한다.

가치있는 인간의 정의를 누군가에게 소용이 닿는 인간이라고 할 때,

이 세상에 가치있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건 비열한 생각에 지나지 않는데

그건, 인간은 누구나 대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수는 심연을 건너려면 날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연을 건너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

하지만 단정하기를, 우리는 결코 날개를 가질 수 없다.

결국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알 방법 따위는 애초에 있지도 않다는 말이다.

가질 수 없는 날개는 우리를 이렇게 절망시키고 좌절시키기 위해 존재한단다.

날개가 없었다면 심연을 건널 기대도, 건널 수 없다는 좌절할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롭기에 자유로운 것과 넘을 수 없기에 본심을 알 수 없다는 좌절감의 사이에서

어쩌면 우리는 선택을 강요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는 것이 힘인 것과 동시에 모르는 게 약이되는 것 처럼 말이다.

빨간약이냐, 파란약이냐. 뭐 그런,

한 선으로 엮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 기다리는 것. 

일이라면 일 일테고,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소용이 닿지 않기에 나는 자유로우며

누군가에게 닿을 수 없는 한 나는 절망에 놓인다.

슬픈 말이다.



Posted by narapark :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꾸밈에 대해 결벽증적 태도를 보이곤 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진실은 그 꾸밈 너머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네게 누구보다 솔직한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어했고, 나는 그 일을 꽤 잘 해냈다고 느꼈다.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도 아니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던 일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내 일생의 과업인냥 행동했다. 분명 옳은 일이었고 좋은 일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한 그 무엇보다 자명했다. 

어느날 내 아버지가 내게 던진 한 마디의 말이 마음 한 켠에서 고개를 들었다.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괜찮다. 하지만 네 자신만은 속이지 마라. 아마 당시에 나는 이 말을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괜찮다. 하지만 네 자신에게만은 속지마라. 고 이해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꾸밈에 대한 결벽증적 태도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너를 향해 있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며,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웠다. 나는 네게 속지 말하야 할 수동적인 입장에 선 사람이었으며 말했듯이 나는 내가 네게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지를 매 순간 증명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우월감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정신승리의 과정이었다고 말 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어딘가에 높은 곳에 서서 이 땅을 굽어 살피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회상하면, 그땐 모두를 깔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찮게 느껴졌고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나는 위대했고 모든 면에서 앞서 있었다. 나는 정말로 그랬다. 여기에는 과정도 없었고 결과도 없었다. 이에 대한 기록도 없었다. 단편 영화에서처럼 어떻게 시작됐는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끝났을 땐 왜 끝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랬다. 나는 위대했다. 

Posted by narapark :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많은 생각들을 읽다보면 나도 언제가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살아왔다. 고 우선 적어 둔다.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그 때부터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누군가처럼 하루에 몇 권씩을 읽어 재끼거나 작법과 같은 학습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만의 첫 문장을 오래도록 기다리면서 문장들이 숨을 쉬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 키워왔다. 그러다 어쩌면 이런 막연한 기대와 기다림은 잘 못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버릴 수 없는 어떤 욕심처럼 나만의 첫 문장을 기다리는 것은 그만 둘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느낌일까. 나는 일본 소설들처럼 눈 앞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할 만한 능력도 없거니와 대하 소설에 등장하는 여백과 치밀함을 표현해낼 자신도 없다. 아마 그래서 더욱 내 첫 문장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름의 꿈을 선회시켜 안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고 믿었던 것처럼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려는 노력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식의 자기 위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나는 가면을 공부했고 가면을 벗어 던지는 방법이 아니라 가면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왔다. 애초에 가면이란 것이 개념상의 뜬구름이 아니라면 앞서 존재한 것이기 때문에 벗어 던지는 일 따위는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네게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훈계하듯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을거다. 그 언젠가는 마치 습관처럼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따위와 같은 대단해 보이지만 놀림감이 되기 딱 좋은 일들을 벌이기도 했을테니 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더 이상 내게 매력적인 주제가 아니었고 오로지 마주함에 대한 열망만이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도 과정도 중요하지 않았고 그 현상에만 집중했다.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었고 나는 열심히 그 일에 참여 했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적잖이 어리석은 짓이었다. 기록에서 누락된 과정과 결과, 현상에서 벗어난 관점은 나를 예상치 못한 심연으로 끌어들였다. 


Posted by narapark :

일종의 깨달음

2012. 10. 20. 02:26 from 그런, 느낌.

그는 자신의 말이 너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너 사이에 있는 심연을 

그는 건널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떤 신비로나마 한 번 쯤은 닿았을지도 모르는 

꿈속의 기억을 더듬어, 그렇게 노력했다.


그는 그 과정이 자신을 소설가로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와 내가 다른 이유, 

아니,

내가 그 보다 한참이나 모자란 이유.



일종의 깨달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12-08-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을 건너가는 것!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가격비교글쓴이 평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p 228.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은 고통스럽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는 심연이 있고, 

고통과 슬픔은 온전하게 그 심연을 건너오지 못했다.

심연을 건너와 우리에게 닿은건 불편함 뿐이었다.

우리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없어지기를 바랐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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