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5.30 눈물 - 그녀
  2. 2009.05.18 눈물
  3. 2009.05.16 만남 - 그녀
  4. 2009.04.26 만남 1

눈물 - 그녀

2009. 5. 30. 01:45 from 없는, 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나와 다른 그에게 끌린 것인데, 그와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다름에도 불구한 그와 사랑에 빠진 것이 감사하다고 여겼지만, 점차 우리의 닮은 점이 우리가 마치 운명이라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고 그것들이 우리를 묶어줄 것 같았다. 당연한 다름이 그와 날 이별하게 만들 것 같았다. 난 내 사랑의 시작인 다름을 점차 극복해야할 대상같이 느꼈다. 나와 다른 그를 보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고 다름을 원망하게 되었다. 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했고, 그는 나를 힘들어 했을 것이다.


나는 눈물이 가진 힘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내가 약함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 앞에선 물론이고 혼자 있을 때도 난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서 흐른 눈물에 난 당황한다. 내 전부였던 너다. 그토록 닮고 싶었고, 하나이길 바라던 그는 이제 다른 누군가의 전부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나를 잃는 것 같다.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듣고, 관심 없던 사진을 들여다보고, 그의 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같을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 난 어리석었던 것일까, 난 끝내 같아지지 못한 우리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눈물을 참아본다. 목이 아파오지만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화장을 고치기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내는데, 그 사진이 보인다. 그래, 이것 때문에 너에게 다시 전화를 했었다. 네가 나를 처음으로 찍어준 사진이다. 내가 모르던 나의 표정이 그 안에 담겨있다. 우리의 처음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나도 사진을 향해 한번 웃어 보인다. 그에게도 웃을 수 있을까? 사진을 가방에 넣고 화장을 고친다. 마지막으로 립밤을 바르고 눈과 입에 힘을 주어 미소를 연습한다. 아, 자신 없다.


자리로 돌아와 그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다. 내가 한번 웃어 보인다. 도저히 이 사진은 버릴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건넨다. 그가 살짝 동요하는 듯하다. 그 사진 외의 것은 버렸다. 아니, 버릴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너의 흔적을 찾고 싶을 때 단 하나도 찾지 못해 지금 나의 결심을 후회하게 될 지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결심은 더 이상 번복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아프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가 또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러지 않았으면 하지만, 강요할 수 없다. 지금 내가 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의미 없는 말들로 이 침묵을 깨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 같지 않다. 그가 사진을 들여다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 시간의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까? 끝나버린 사랑이 사랑의 처음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난 그 사진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치 과거에 대한 책임을 미루듯 그 사진에 대한 책임을 그에게 미룬다. 그리고 사진을 어쩌지 못한 것처럼 한동안 내안의 그를 간직하지도 버리지도 못할 것이다.




by  신아

Posted by narapark :

눈물

2009. 5. 18. 20:32 from 없는, 글.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닮은 것들을 찾아냈었다. 꽤 오랜 시간 함께했기 때문에 닮아온 부분이 아니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우리는 말도 안 되는 공통점들을 찾아냈다. 서로의 이름에 받침이 없다는 것.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4자리나 일치한다는 것. 즉흥적인 일을 벌이는 것. 아메리카노만 마신다는 것. 비가 오면 동동주에 파전을 먹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눈물에 약하다는 것. 그랬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눈물에 약했다. 작은 싸움은 서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에 큰 싸움으로 번진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는 애써 눈물을 참아가며 스스로를 보호했다.

예상치 못한 네 눈물은 이제 막 열리려던 내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입뿐만 아니라 생각마저도 멈추게 만들었다. 나는 네가 눈물을 흘릴 때면 내 존재가 너무나 하찮게 느껴져 괴로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비참해, 그래서 힘들었다. 그리고 그 때 역시 네 눈물이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면서, 네 눈물이 흐르는 것을 애써 모르는 척했지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해보니 네 볼을 타고 흐르는 그 눈물을 너는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너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무엇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까. 사실 지금에 와서도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상하기로는 스스로가 비참해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너는 그 때의 그 상황이 슬펐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불편했다는 기억만 오래 간직 할 정도로 힘든 날이었지만 말이다. 순간, 네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아마 눈물이 흘렀다는 걸 알게 된 것이리라. 꺽어 질 듯 고개를 숙인 너는 아무 말 없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커피스틱은 빨대가 아니라며 양손으로 컵을 들어 마시던 네가 그 커피스틱을 빨대로 사용하면서 말이다. 어...? 네 손에 반지가 없다.

재떨이의 담배연기도, 네 아메리카노에서도 더 이상 연기가 나지 않는다. 유일하게 움직이던 네 눈물도 말라버린 지금. 길거리에서 들려오던 소란스런 소리마저, 모든 게 멈춰버렸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그 순간부터 네가 눈물을 보인 그 순간까지 나는 이 상황, 조금은 힘들긴 해도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갑작스런 혼란은 나를 짓눌렀다. 생각이고 뭐고, 난 그렇게 멈춰서 있었다. 네가 화장실을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흔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그대로 계속 멈춰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담배를 물었다. 이렇게 피워대다간 당장 내일이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았지만 할 수 없었다. 손이 떨려와 세 번이나 라이터를 놓치고 나서야 불을 붙였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분, 이건 정말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선 안 되는 일. 어느 때보다, 담배연기를 깊이 들여 마신다. 더, 더 깊이... 연기를 내뱉을 때 다 함께 쓸려나가게 제발. 부탁한다.

너는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화장을 고친 걸까 아까보다 환해진 얼굴, 이제 만족하는 걸까. 자리에 앉자마자 너는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인다. 그 사진, 내가 처음으로 찍어준 사진이다. 장롱에 있던 필름카메라를 고쳐 처음으로 찍은 사진. 필름 한통에서 유일하게 건진 한 장, 프레임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네 얼굴. 내민 사진 뒤로 보이는 장난치듯 웃고 있는 너.

“이건 도저히 못 버리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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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그녀

2009. 5. 16. 01:23 from 없는, 글.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것을 깨닫는 것은 한순간이다. 난 그와의 인연이 다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같은 사람이 어느 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가에 대한 문제다. 익숙했던 침묵은 불편해졌고 빛나던 우리도 더 이상 빛나지 않게 된다. 우리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난 내가 그대로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로가 아니었고 그대로이길 바란 그대도 어느 순간 변해있더라.


아직 쌀쌀하지만 조금씩 따듯해져가는 그 즈음이었다. 겨울 외투들이 하나 둘 옷장으로 기어들어가고 새로 꺼낸 화사한 색들의 옷이 어울리는 그런 날. 하지만 그런 따듯함이 나에게는 그저 답답한 공기로만 느껴지는 그런 날. 우리는 카페테라스에 앉아있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좀 추웠다. 난 더운 건 잘 참지만 추운 건 못 참는데, 그런 일을 신경 써 자리 잡을 만큼 나는 제정신은 아니었던 듯싶다. 가슴은 답답하고 앞에 앉은 남자도 답답하고 불편해서 우리의 과거마저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남자, 나랑 비슷하게 느끼고 있나보다. 연신 담배만 피워대는걸 보니, 날 질식시켜 죽일 셈인가보다.

얼마 전 우리는 전화통화를 통해 이별을 말했다. 그리고 서로 받아드리는 듯해 보였다. 사실 얼굴을 보지 않고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겠느냐만, 그냥 그도 그럴 것 같이 생각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별에도 의식은 필요하다.

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를 하고 있는 시간보다는 대화 없이 마주한 시간에 머리는 빠르게 돌아간다. 그간 함께했던 시간이 필름처럼 지나가다가 감정들이 지나간다. 우린 분명 사랑했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었겠는가,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이 남자, 그 때 그 남자 맞나 싶은 순간이 온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갈 때 난 모든 허무 속에서 내 과거를 잃지 않기 위해 움켜쥔다. 그리고 내 앞에 과거이자 과거가 될 현재가 앉아있다. 우리는 마주 하지만 서로를 응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나눈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 같아 슬프다.

나는 변화가 싫다. 무언가 변해서 이전의 것이 사라지는 것이 싫다. 조금씩 변한 그대도 싫고, 변한다고 느끼는 나도 싫었다. 그런 참을 수 없는 마음은 끝내 행위로 나타나, 나는 쇼핑을 하고 치장을 한다. 변화가 싫어서 나에게 변화를 주다니, 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우스운가.

우리의 모든 시작이 끝을 동반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찬란한 시작은 그 사실마저 망각하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그리고 누구나 대부분 비슷하게 저지르는 실수를 범한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끝없이 반짝이기를 원했고 늘 특별하기를 원했다. 내 앞에 앉은 이 남자가 나에게 보여준, 아니 그는 보여주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봐버린 그 모습을 계속해서 강요하고, 다른 모습을 봄으로 내 사랑이 끝날까 두려웠다. 다시 한 번 물어야겠다. 내가 한 것은 사랑이었을까?

그가 일곱 번째 담배를 입에 문다. 그도 나와 비슷할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겠지. 다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부터 말해야 할까. 말할 수 있을까? 나와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슬프다. 너무나 익숙했던 모든 것이 낯설어버리는 지금이 너무너무 슬프다.




written by. 신아



Posted by narapark :

만남

2009. 4. 26. 21:34 from 없는, 글.

 

아마 그날에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건 비가 아니라 단지 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조각난 기억을 애써 되돌리자면 이렇듯 무리한 상상이 따라 오기 마련이다. 아무튼 그 날에 비가 왔든지 오지 않았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그 날은 우리가 더 이상 우리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는 날이었다는 것이다.

너는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 와서는 아메리카노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다 연신 담배만 피워댔던가보다, 아직 날이 덜 풀려 목도리를 해야 했음에도 우리는 사람들이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그 자리가 예전 우리 처음 만나 쉴 줄 모르고 떠들어 대던 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달라진 건 마주앉은 너는 더 이상 내 입을 보지 않았고, 나 또한 더 이상 네 눈을 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지금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 나는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다. 얼마 전 통화에서 우리는 분명, 끝. 이라 했었다. 오랜 시간 서로에게 지쳤던 까닭일까, 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담담히 받아 들였다. 그런데 왜 지금 나는 여기 앉아 네 아메리카노에서 피어오르는 김 따위나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일이다. 벌써 몇 대째 일까. 비좁은 재떨이가 안쓰러워 보일 무렵 나는 처음으로 네 눈을 쳐다봤다. 어째서 일까 처음 만났을 때와 다름없어 보이는 네 눈 속에 낯설게만 느껴지는 나는, 어딘가 잘 못 된 것일까. 아니 정말 잘 못 되어 있기나 한 걸까. 도대체 우리는 뭐였을까. 사랑....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너는 머리만 바뀐게 아니었다. 귀걸이며, 시계며, 반지며... 내가 눈치 채지 못했던 걸지는 몰라도 여지껏 너를 보아오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들뿐이다. 어떤 결심 같은 것일까. 너에게 이전의 나는 더 이상 없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받은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겨 나는 다시 네 아메리카노나 들여다본다. 생각해보니 참 우습다. 우리가 이렇게 말없이 앉아 있는 시간은 참 많았는데, 오늘만큼 불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정말 하나도 몰랐지만 괜찮다 생각했을 뿐, 어쩌면 너는 나와는 다르게 내가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건 너의 착각이었겠지. 그리고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는 그냥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해 내버려 둔 것이 오늘에 이르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숨이 멈출 듯 갑갑해왔다. 결국 한 대 더 불을 붙였다. 그렇다. 그런 식의 내버려둠이 네게 오해가 쌓이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지난번 통화에서 5년이 넘게 만난 나에게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너의 말은 아마 그런 의미였으리라. 너에게 나는 내가 아니라 네 환상 속에 누군가였을 것이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네 환상속의 누군가와 내가 다르다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해 할 수 없는 건 아마 내가 아니라 너였을 것이다. 네가 아는 나는 내가 아니라 네 환상 속에 누군가였으므로 아마 엄청난 혼란 속에 살아왔을 게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네 눈앞에 있는 나란 녀석은 별것 아닌 그저 길에 흘러 넘쳐나는 그런 세금벌레 같은 인간이었을 뿐, 네 환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을 테다. 미안해진다. 내가 나를 보여줌에 소홀했었고, 만남 속에서도 나는 네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것뿐이었지만 결과적으론 너는 내가 아닌 누군가와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러 했던 것이다. 그렇게 내가 만들었던 것, 그래, 그래서 미안해진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바로 이때부터 들기 시작했다. 비좁은 재떨이에 담배를 우겨 넣고 마지막 연기를 내뱉으면서 다시 네 눈을 쳐다보았다. 이럴수가, 너는 울고 있었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