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8.20 어떻게든 쓰자_001
  2. 2013.07.15 정돈,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많은 생각들을 읽다보면 나도 언제가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살아왔다. 고 우선 적어 둔다.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그 때부터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누군가처럼 하루에 몇 권씩을 읽어 재끼거나 작법과 같은 학습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만의 첫 문장을 오래도록 기다리면서 문장들이 숨을 쉬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 키워왔다. 그러다 어쩌면 이런 막연한 기대와 기다림은 잘 못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버릴 수 없는 어떤 욕심처럼 나만의 첫 문장을 기다리는 것은 그만 둘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느낌일까. 나는 일본 소설들처럼 눈 앞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할 만한 능력도 없거니와 대하 소설에 등장하는 여백과 치밀함을 표현해낼 자신도 없다. 아마 그래서 더욱 내 첫 문장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름의 꿈을 선회시켜 안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고 믿었던 것처럼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려는 노력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식의 자기 위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나는 가면을 공부했고 가면을 벗어 던지는 방법이 아니라 가면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왔다. 애초에 가면이란 것이 개념상의 뜬구름이 아니라면 앞서 존재한 것이기 때문에 벗어 던지는 일 따위는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네게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훈계하듯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을거다. 그 언젠가는 마치 습관처럼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따위와 같은 대단해 보이지만 놀림감이 되기 딱 좋은 일들을 벌이기도 했을테니 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더 이상 내게 매력적인 주제가 아니었고 오로지 마주함에 대한 열망만이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도 과정도 중요하지 않았고 그 현상에만 집중했다.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었고 나는 열심히 그 일에 참여 했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적잖이 어리석은 짓이었다. 기록에서 누락된 과정과 결과, 현상에서 벗어난 관점은 나를 예상치 못한 심연으로 끌어들였다. 


Posted by narapark :

정돈,

2013. 7. 15. 23:59 from 숨, 고르기.

삶을 정돈 하고자 한다.

그 동안 너무나 무심하게 내팽겨 뒀던 몸뚱아리는 물론

내 주변에 나뒹구는 작은 물건들도 마찬가지로.

이제라도, 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정돈 하고자 한다.


흘러가는 생각을 애써 부여 잡고 억지로 방향을 트는 짓은 이제 그만 두려 한다.

정신이 가는 곳에 몸이 간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나를 반성하고자 한다.

많은 것을 하려기보다는 눈앞에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고자 한다.

고작 하룻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런 것들 뿐이니까.


여전한 마음가짐으로 아주 조금 비틀어 볼 요량이다.

특별한 것을 기대하려는 마음이 이미 한 켠에 똬리를 틀었지만

가만 두면 알아서 뭉개져 버릴 것이다.

욕심을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대에 미치지 못 해도. 오늘 하루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은 기분에 몇 번씩 눈쌀도 찌푸려 지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조금은 멀리 있는 것을 보고 진행하고자 한다.

당면한 일을 처리 하느라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러다 보면 분명. 지금 보단 정돈된 삶을 살 수 있겠지.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