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해 보자면, 어쩌면 오래 가지 못 할 수도 있다.
되려 오래가지 않는게 더 좋은 일 일지도 모른다.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세상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대로 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원래 예상이라는게 그렇듯 온전히 그 결과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기도 하니까
예상을 해 보자면이란 말은 정말 별 뜻 없이 지껄이는 것에 불과하기도 할 것이다.

큰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여름을 맞게 될 것이고.
그 여름 이후에는 가을이 그리고 곧 겨울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새해가 시작되고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일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하루 하루 만큼 나이가 들 것이고
그 만큼 어른이 되어 갈 것이다.

큰 일이 없는 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일 것이다.
별 탈이 없는 한 우리는 같이 늙어 갈 것이다.
큰 일이나, 별 탈이 생기기 위해서는 우리 중 누군가는
지금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기대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한 세계 안에서 살아가기를 약속하고
그 세계를 완성시키기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결과는 여전히 다음에 있으며,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다음의 무엇이 될 것이다.

삶에 감사하고 관계에 지치지 않을 수 있는 힘은 우리 사이에 놓여 있으며
그 어딘가에는 서로를 향해 놓여있는 믿음도 있을 것이다.
관계란 어떤 결정체가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것.
우리란 어떤 결과물이 아니라 너와 내가 맞잡고 있는 것.
이상의 무엇을 우리가 잊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일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을 붙잡기 위해 집착하지도 않을 것이다.
흘러가는 것을 거스르지 않을 것이고
거스르기 위한 애씀도 하지 않을 것이다.
감사만을 바라지 않을 것, 안녕만을 바라지 않을 것과
참회만을, 반성만을 바라지도 않을 것을 약속한다.
홀로서기를 그만 두지 않을 것이고, 그 바람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감정의 과잉과 이성의 천착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과
어딘지 모를 중도을 넘나들 때엔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것을 알고
물러섬이 곧 패배나 실패가 결코 아님을,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지만 설령 결과가 참혹하여 속이게 된다면
맥락을 자르지 않고 사실과 진실에 대해 납득 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 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설명될 수 없는 일은 우리의 세계엔 없을 것이고.
말은 폭력이 아닌 다가섬의 유일한 도구로 기능할 것이다.


감사와 사랑을 담아 5주년을 축하하며
Posted by narapark :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조진국 (해냄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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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건 없다. 쿨한 척 할 뿐이다.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생각하는 말이다. 그래, 그렇지. 그럴 수 밖에 없겠지 하면서 말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토끼와 거북이의 사랑이야기.. 주인공 희정은 얼마전 헤어진 친구와 참 많은 부분이 겹쳐진다. 좋아한다던 음악과 나름의 취향, 그 친구가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썬 뭐랄까 녀석의 마음을 읽고 있는 기분이랄까.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다. 내 멋대로의 해석일지도 모른다. 다만, 슬픔이 슬픔에 머물지 않고 이해를 할 수 있게된 희정의 마지막처럼 나 또한 그러한 용서를 배울 수 있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아니 정확하게 누군가를 더 사랑한다는 것은 외롭다. 그래서 쿨 한척, 참 당당히도 고개를 들고 다닌다. 들키면 안돼니까. 그래서는 안돼는거니까 말이다. 초록고양이의 마지막 눈물과 희정의 마지막 눈물의 의미는 같다. 그 둘은 거북이였고. 갱만이 토끼였다. 그러나 혹시 아는가. 갱 마저도 스스로를 거북이라 생각할지..

모든 사람들은 관계 맺음에서 스스로 보는 위치와 타인이 자신을 보는 위치가 제각각이다. 그저 '그런가.' 하고 생각할 뿐이라는 것이다. 조진국의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희정' 한 사람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1 인칭의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굉장히 한정적일 것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어보인다. 그러나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의 '희정'은 낯설지 않다. 바로 얼마전까지 만나던 그 녀석과도 닮았고, 가끔 연락하며 지내는 후배와도 닮았다. 어렵지 않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녀의 생각을 읽고 있으면 지나온 사랑을 기억하게 된다. 돌아보며 그래 그랬었지.. 하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된다.


ps. 책을 다 읽고 작가를 찾아 보았을 때 그 신선한 충격이란,
Posted by narapark :
미션
감독 롤랑 조페 (1986 / 영국)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제레미 아이언스, 레이 맥널리, 에이던 퀸
상세보기

두 번쯤 눈물을 훔쳤나보다.
멋진 형님들의 연기는 두 말 할 나위도 없고.

인간의 욕심이란 얼마나 사악한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나약한 것인가.
"The God is love!"
무력이 옳다면 사랑이 설자리가 없고, 그런 세상에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말.
안다는 것과 그 것을 알기 때문에 실천하는 것.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가.
죽어가는 로드리게는 굳게 다문 신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던 것 일까.
죽어버린 사람들과 남겨진 자들이 나뉜건 무엇때문인가.

포기할 수 없는 믿음과 포기할 수 없는 신념.
나는 도데체 가지고 있는게 뭘까.

Posted by narapark :

내게 사랑이라는 말은 일종의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잡지 못함에 대한 미련이거나
잡을 수 없음에 대한 집착이거나
어쩌면 이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의 결여감도 같은
내게 사랑이라는 말은 첫 만남처럼 낯설다.

다시, 사랑 할 수 있을까.
아니, 사랑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무엇인지 모름에 따른 두려움.
나는 감히 말 할 수 없다.

가을의 깊이만큼 진한 커피를 타고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나는 아마, 너를 기억하는 것 같은데
너를 뭐라 불러야 할지
너를 어떻게 불러봐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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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 가을아.


                          narapark

하루가 다르게
하늘은 높아만지고
하루가 다르게
앞 산은 뜨거워 지는데

나는 너의
이름도 모르고
나는 너의
목소리도 모른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가을아,
겨울이 오기전에
한 마디만 전해 주련
이름 한 번 부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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