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4.06.09 나는 많은 걸 새롭게 시작했다.
  2. 2012.10.20 그래서 그랬다.
  3. 2008.12.29 오늘 하루. 4
  4. 2008.10.27 차마.
  5. 2008.10.15 마음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 스트레스는 업무량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량이 적건 많건 간에 스트레스 받는 건 매한가지다.


사실, 업무량이 주는 스트레스는 그리 크지 않다.

스트레스의 원인들 중 가장 큰 스트레스는 주는 건 

감정을 드러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 있다.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생활을 하게 되면 

분명 문제가 생기고 마는데, 그 문제란게 너무나 개인적이라 

어디가서 하소연 하기도 참 우습다.


문득 떠오른 문장을 적고 보니  

너무 유치해서 지워버릴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까.


생각을 비우게 된다는 감각이 있다.

영화를 볼 때, 소설을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작품을 볼 때.

그려지는 영상과 느껴지는 음율에 기대어 나름의 몰입을 하게 되는 순간.

나는 이 모든 활동이 소비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본 영화는 사라지지 않고, 내가 읽은 소설도 사라지지 않지만

영화보고 소설을 읽는 동안 만큼 내가 가진 시간이 사라질뿐이다.


그래, 생각을 비우게 된다는 감각은 이런 느낌이다.

일정한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하지만, 

돌아서보면 없어진 시간만 남겨져 있는 걸 보게 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노력을 하다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다보면, 어지간한 감정에 무감해지고

무감해지다 보니 드러날 감정이 없어지기도 하나보다.


나는 기억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메모 해둔 수첩을 잃어버리고, 메모 했다는 사실을 잊고.

나는 많은 걸 새롭게 시작했다.


Posted by narapark :

그래서 그랬다.

2012. 10. 20. 02:37 from 거기, 당신.




문, 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기억 속 어딘가엔.


그래서 그랬다.

기억이란 어떻든 빛바랬을 테니까.


하지만 결코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의 때가 쌓여 바랬을뿐.


그 기억을 기억하는 기억.



Posted by narapark :

오늘 하루.

2008. 12. 29. 14:12 from 숨, 고르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 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켜 보면서 나는 아무것도 내게 즐겁지 않음을 알았다. 막상 글을 써보려 할 때면 피로가 몰려오고 이제 다잡고 책을 펴 읽으려 할 때면 몸이 이미 지쳐왔다. 밥을 먹는 다는 행위에서 나는 나를 경멸하게 되었고 나는 이유도 목적도 찾을 수 없는 오늘 하루를 너무 쉽게 흘려 버렸다. 어째서 일까, 꿈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작은 바램일 뿐, 신념따윈 내게 존재 하지 않는 것일까. 돌아보면 항상 그래왔다. 용케 오늘까지 왔다만 어떻게 오늘까지 올 수 있었을까..

남보다 특별한 무엇이 있다면, 아마 모든걸 그 무엇 따위로 생각하는 능력이랄까. 분명 너와 내가 있지만 나에게 너는 나를 위한 너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우리가 우리된다는 것 마저도 나를 위한 우리가 있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 지독한, 이토록 철저한 이기심은 내가 이렇게 타이핑을 하는 순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바라 볼 뿐, 변화란 내게 없는 말이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 하려면 그 삶의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할테고, 똑바로 살려면 똑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테다. 그러나 내가 아는 건 없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겉 모습을 치장하고 속내를 감추며 왜곡하는 삶은 결코 그 끝이 아름답지 못 할 것이다. 내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마 의심의 여지없이 그 아름답지 못한 구석일테다. 이대로 가다간, ...

그렇다면 삶의 괘도를 옳바른 곳으로 옮기고 곧장 달리면 될테다. 하지만 문제는, 왜. 그리고 어떻게.
왜라는 질문엔 어떻게든 대답 할 수 있다. 지금이 틀렸으니까 라는 단순한 대답으로도 그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이 왜 틀렸느냐고 한 번 더 물어온다면 자, 나의 오늘 하루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라는 물음은 글쎄.. 당장 그 답을 꺼내 놓기엔 내가 너무 어리석다.

어쩌면 나는 내 삶에 너무 많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밖의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숭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나는 육식을 하려 덤비려 하는 건 아닐까. 밑도 끝도 없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스스로를 할 수도 없는 일에 몰아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이 괘도가 어쩌면 사실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괘도이지는 않을까. 그럼 어쩌지..

오늘 하루를 지내면서 그리고 내가 흘려버린 시간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이런 생각에 빠졌다.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나가고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는 서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불안해진 걸까. 이제와서 겁이 나는 걸까. 나는 또 왜 이런 생각으로 시간을 흘려버리고 있는 걸까.

바람이 차다. 준비가 덜 되었는지 온 몸이 떨려온다.

 

Posted by narapark :

차마.

2008. 10. 27. 04:12 from 숨, 고르기.
시간이 그냥 지나가는 꼴은 볼 수 없고, 그렇다고 뭔가를 하자니 피곤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뭔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아.
그저 시간에 눈을 돌리고 시간을 잊으려고.
잔뜩 쌓아 놓고 길건너 불 구경 하듯 멍한 시선을 던지고서
나는 뭐라 자위하는 건지 모르겠다.

가을은 이렇게 타 들어 가는데 
나에겐 차가운 눈물만..
차마 올려다 보진 못해
고개 떨군 그 자리에
무릎을 꺽는다.

뭐냐. 대체 뭐냐.
왜 이러고 있니.
Posted by narapark :

마음이.

2008. 10. 15. 23:53 from 숨, 고르기.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참 약한 사람인가보다.
네 얼굴에서 난 무엇을 본 것일까.
분명히 나와 같은 것은 아닐꺼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알고 있다. 사실 복잡할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단순한 구도이고 뻔한 사실일 뿐인데
나는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인가.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참 약한 사람인가보다.
나사 하나가 풀려버린 장난감처럼 비틀거린다.
내가 갈 곳은 분명한데 자꾸만 방향을 잃는다.
네 얼굴에서 내가 본 것은 분명히 나와는 다른 것인데
나는 왜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괜한 집착에 또 다른 희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지나온 모든 사람들이 그래왔듯이
힘들면 도망치려 할텐데 나는 그렇게 눈을 감아 버릴텐데.

아니다 할 수 있을테다.
그 때, 그랬던 것 처럼 고개를 돌리고 깊어지지 않을 수 있을테다.
그래, 나는 그랬던 것 처럼 다시 또 그렇게 할 수 있을테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그래. 할 수 있을 테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