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soulcat

 

「난 죽어야 . 한동안 죽어야 이유를 찾아봤는데 도무지 찾겠어. 내가 못난 인간인 알았지만 정도인 줄은 몰랐어. 정상적인 인간이 본인이 죽어야 이유 하나 없다는 말이 ? 아무튼 그래서 죽어야겠어. 짐도 꾸렸고, 유서로 수첩도 챙겼고, 고양이도 옆집에 맡겼어. 한달 뒤에 데리러 가겠다는 약속은 지키겠지만 , 들면 매몰차게 내버리진 않겠지. 굶어죽는 내키지 않아서 지갑도 챙겼고, 엄마, 아부지한테 전화해서 사랑한다는 말도 했어. 눈치가 있으시다면 생전 하던 소리를 했으니 웬만큼 각오는 하시겠지. 친구들한테도 정말 하고 싶던 얘기 했고. 얼굴이 , 싸가지가 없어, 농담은 주일날 2 예배보다 지루해-. 그것들한테 어찌나 욕을 먹었는지 생각보다 오래 살까봐 불안하기 하지만, 속은 시원하네. 사랑한다 한심한 인생들아 꾸역꾸역 살아라-  여러 가지로 완벽해, 이제야 적성을 찾은 느낌이랄까-. 조급할 필요도 없어, 죽어야 이유는 이제부터 하나씩 찾아가면 . 조만간 수첩이 채워질 테고, 즈음엔 뿌듯한 마음으로 뒈지는 거지. 유서는안네의 일기이후 최고의 사망직전 수양록이 될테니까. 사실 지지배는 죽을 생각도 없었잖아. 유태인도 아니고-. 암튼 마지막 여행을 위해 터미널에 왔어. 영화에서 보니까 다들 그러더라고. 근데 웬걸, 오늘 일진이 좋은건지- 표를 사려는데 매표소 직원이한시반 차요.’ 하는 거야.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이지. 이름은 한시반이 아닌데? 이름은 한시반이니? 도살장 끌려가는 도야지 새끼도 이름에 알파벳은 들어간다구. A+....B+.... 이딴 - 암튼 덕분에 수첩에 줄은 채웠지. ‘ 년은 숫자 취급한다. 숫자로 사느니 죽어야지.’ 은혜는 다음 생에 갚겠소-, 결국 만원도 되는 돈으로 죽을 이유 하나를 셈인데-. 역시 사람은 돈이 있어야 . 없는 것들은 지가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나가기 쉽상이라니까? 이건 죽을 때가 되니까 운빨이 붙는구나. 버스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은 누군가 내게 시비를 걸어줄 것만 같다. ‘아니, 딱히 죽을 이유도 없으면서 그렇게 악착같이 죽으려고 안달이야?’ 하고 말이지. 그럼 눈을 감고 속으로 대답하겠지. ‘죽어야 간곡한 이유 하나 없는 인간이 살아야 간곡한 이유라고 있을까?’

 

#. 2 - narapark

간절하지 않은 삶은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생각해보니 삶이 간절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도 잘 모르겠더라. 하이데거였던가, 왜 던져놓고 지랄이야라며 신을 비하했었지. 그러면서 욕망의 산물이니 어쩌니 되도 않는 소리를 늘어뒀던가. 미친놈, 네놈 덕분에 내가 이 삶에서 얼마나 추악한 성적 노리개로 전락했는지 아냐?. 다 네 잘난 입 때문에, 뭐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삼십 분 동안 뭐하지, 담배나 한대 피러가지 뭐, 근데 이 터미널은 관리도 안 하나, 뭐 이리 더러워, 햇볕은 참 좋은데 건물이 눅눅한 게 무슨 씹다 뱉은 시금치 조각 같네. 하늘이 새파랗다. 역시 봄은 봄인가 싶은데 왠 바람이 한 겨울 바람이야 조금 더 있다가 출발할걸 그랬나, 얼어 죽는 건 별론 데.. 그래, 삶이 간절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런 생각은 할 수 있는  거 같아, 뭔가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쌓여갈수록 난 그것에 집착을 하게 되고 내 삶은 그것과 연결되는 거지, 그래서 그걸 잃으면 마치 내 삶마저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삶 자체에는 별 의미가 없는데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들이 문제인 거지. 내 삶엔 그런 게 뭐가 있을까. 그래, 고양이가 그랬고, .. 너도 그랬고, 담배? ? 아끼던 책? 뭐 나열하라면 오만가지 다 나오겠구나, 그러니까 결국엔 삶에 연결된 것들을 하나씩 제거하면 그 삶의 의미는 사라지고 간절할 이유도 없어지는 거지. 근데, 그딴 것들이, 삶이 간절할 수 있는 이유라고? 좀 웃기지 않아? 뭐 아무튼, 죽어야 할 이유는 어떨까? 단지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해서 죽어야 할 이유가 떠오를 리는 없잖아? 아까 그 매표원이 날 숫자로 불렀던 것처럼, 내 존재가치를 말살시키는 것들이 있으면 되. ‘누구세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너 뭐야?’라고 묻는 것처럼 말이지.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게 되는 거.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는 정말 많아, 백화점에 가봐, 거기 가면 주차장에서 차들에다 대고 90도로 인사하는 얘들 있잖아, 말이 좋아 서비스업이지, 길바닥에 세워놓고 들어가는 차들에다 인사시키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생각해? 자 생각해봐, 이 세상에서 넌 누구냐?’ 아니, ‘넌 뭐냐?’

 

# 3 - sssin

「뭐든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정작 갖고 싶은 게 없는 법이다. 간절하게 손에 움켜쥐고 싶은 것은 그만큼 가질 수 없는 것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만일 살아갈 이유가 있고 삶이 간절해야 한다면, 나의 삶은 죽음에 더 가까워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에 대한 이유를 찾는다는 것, 이거 좀 간지다. 그런데 지금 나는 굶어죽기 싫어서 돈을 챙겨 나오고, 찬바람을 맞으며 얼어 죽기 싫다고 생각하고 있다. 코미디다. 그래, 이런 우스운 나는 뭘까. 간지있는 죽음을 위해 죽을 이유를 찾아야 겠다. 언제였을까, 어느 날 갑자기 어떤 힘에 의해 세상에 내던져져 욕구와 욕망에 짓눌린 밑바닥 인생을 살 때 말이야,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살겠노라고 신에게 머리를 조아릴수록 커진 것은 그 행위에 대한 허무함이었다. 인간에게 희망이 있던가? 어떤 삶을 살아야 인간이 신 앞에 당당하겠는가. 기도도, 사죄도, 나에게 인간다움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그래, 어차피 나는 더러우니까 더럽게 살테야!’ 하고 짐승마냥 내 안에서 본능이라고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욕구들을 실행에 옮긴 결과도 허무뿐이었다. 그것은 배설과 다르지 않았다. 채움이란 없었다. 욕구라고 불리는 녀석 중에 어떤 가치를 갖는다고 평가받는 사랑도 다를 바 없더라. 그녀인지 그년인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을 때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점점 내가 얼마나 치졸한 인간인지를 깨달아가게 되었고 남은 건 아무것도. 그때 느꼈다. , 씨발. 나란 인간은 아름다움, 고귀함, 인간의 존엄과 같은 단어와는 1g도 어울리지 않는구나. . 없어지고 싶다. …그래! 그거다! 없어지고 싶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그런 것! 찬바람 앞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걷다가 굼벵이마냥 몸을 앞으로 돌돌 말아서 뿅!하고 없어지고 싶다. 싶었다. 싶다. 그래, 그거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죽음인 것이다. ! 유레카! 체크! 체크, 체크리스트! [1 사라지고 싶다.(v)] , 머리를 좀 썼더니 배가 고프다. 죽을 이유를 고민해야 하니 나에게 탄수화물을 다오. 당 떨어진다.

 

# 4 - soulcat

「시계를 보니 1 20- 급한 대로 만두 한 팩과 옥수수 수염차 한 병과 츄ㅍ츕스를 샀다.-급하다면서 메인에 음료에 디저트까지 챙겼다- 버스에 오르는 데 기사 아저씨가 운전석에 앉아 표를 받다가 내 손에 들린 봉다리를 보고 말했다. 학생, 먹다가 바닥에다 흘리면 안돼- 학생? 내가? 이 나이에? 내가 그렇게 동안? 기분이 살짝 좋아지려고 입 끝이 씰룩거렸다. 진정해, 이 더러운 입 같으니라구- 저건 칭찬이 아니라 나의 성숙함을 의심하는 비하발언이란 말야! 나는 말했다. 아저씨, 저 학생 아닌데요. 최대한 시크한 태도로 말한다고 했으나 짐작컨대 그냥 어리버리해 보였으리라. 근데 아저씨 왈, 나도 아저씨 아닌데? 그러더니 씩 웃는 거- 웬걸, 난 그에게 반했다. 그 아저씨, 아니 기사님을 보며 어색한 웃음으로 답하고는 내 자리를 찾아 깊숙이 몸을 뉘였다. 마음이 가뿐했다. 그래, 저 분이라면 분명 날 죽음의 성지로 안내해 주실거야- 저승기사(?)님을 믿고 당분섭취도 할 겸 뒤척이는 데 허벅지로 진동이 느껴졌다. 문자왔숑- 옆집 언니의 문자, -요절이한테 참치캔 멕여두 돼?^^- , 글쎄... 참치는 멕여두 되는데 캔은 멕이지 마. 알루미늄은 못 씹으니까..... 이딴 말장난을 하려다 그냥 심플하게 답문을 보냈다. -무엇이든 멕여보세요- 전송, 그리고 핸드폰 off. 스티로폼 팩을 열고 만두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 맛이 아주 괜찮다, 뒈지기 전에 먹기엔- 도로 팩을 닫고 봉지에 쑤 셔 넣었다. 그리고 옥수수 수염차로 입을 헹궜다. , 덕분에 입맛이 싹 달아났다. 버스의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 옆자리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정말 학생 같은 학생이 앉는다. 안녕 학생, 만두 먹을래?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는 게 느껴지고 나는 머리를 의자에 기댔다. 눈이 감겨온다. 으음....요절아, 넌 오래오래 살어.......레드 ㅆ .....

 

# 5. - narapark

「 하늘이 달린다. 아니, 구름이 달려간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린다. 요절이가 저 아래서 짖고 있다. 개가 아닌데, 왜 짖고 있는 걸까. 구름이 계속 달려나간다. 이러다간, 나만 남게 생겼다. 나는 요절이에게 짖는다. 잘 살라고, 건강하라고, 짖는다. 남은 구름이 없다. 새하얀 하늘만 눈부시다. 내 눈을 멀게라도 할 작정인가. 하늘은 파란색인데, 왜 하늘은 내게 눈부시기만 할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쩌면 이건 하늘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다. 어릴적 보았던 만화책에나 있을 법한 세상, 하늘도 땅도 그 경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아까 달려간 구름들은 뭘까, 아니 그런게 정말 달려나가기나 했던 걸까. 어쩌면 내가 끌려온건 아닐까. 내 앞으로 지나간 건 맞지만 나를 지나간게 아니라 내가 지나온 건 아닐까. 내가 보고 있는 곳이 앞이 맞긴 한 걸까.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여긴 어디지? …? 난 뭐지? 내 몸, 내 팔, 다리.. ?!!! 아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다. 난 분명히 봤다. 내 앞으로 달려나가는 구름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어깨를 스쳐지나가는 그 구름들을 분명히 봤다. 그리고.. , 그래.. 요절이가 짖었지. 그리고 나도 짖었지. ?! 짖어? 내가? 요절이가?! ..흐읍그래 다시, 다시, 집중해보자. 난 버스를 탔다. 죽기 위해, 내 노트에 죽을 이유를 작성하기 위해. 그래 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곤 버스를 탔지. 그래, 그랬지.. 그럼 이건, 인가? ‘승객여러분, 잠시 후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도착한 후에는 약 15분간 정차할 예정입니다. 편안한 여행되십시요그래, 역시 꿈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죽은 후엔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지 않았구나 어떻게 될까. 아까 그 새하얀 세상에 홀로 남겨지는 걸까. 아니면 요절이가 짖어대는 세상에 가게 되는 걸까. 근데 죽은 후에도 세상이 있나? 사후세계? 그런게 있을까..?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런게 없어야 내 죽음이 의미 있는 거 아닌가..? 설마, 그런게 있기야 하겠어? 그래, 그럼 사람들이 뭣 하러 죽는걸 무서워 하겠어, 지옥일까봐? 이 세상보다 더한 지옥이 있다고? 참나, 말이 되는 소릴해야.. 에휴, 니들이 살고 있는 여기가 지옥이다 이 자식들아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