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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9 관계 맺음과 환대와 예의바름 - 단속사회





말을 하고 안 하고는 곧 '관계 맺음'을 전제한다. 

말을 함으로써 우리는 관계를 맺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통해 관계를 차단한다.

어느 공간에서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외부세계로부터 차단하지만 또다른 공간에서는 끝도 없이 주절거리고 징징거린다.

우리는 누구와는 과잉연결되어 끝도 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상처를 호소하지만 누구와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이렇게 차단된 시공간에서는 표정 하나에 이르기까지 단단히 옷깃을 여미고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은 상처를 말하는 방식, 즉 누구에게 말하고 어디에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는가다.

아직 답해지지 않는 것은 '말하고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규칙과 그 규칙의 효과다.


- 71p.



환대와 예의바름은 비슷한 어감과는 달리 실제로 매우 다른 행동이다.

환대는 친한 사람을 적당히 대접해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다.

환대는 낯선 이를 친구로  만드는 적극저인 과정이다.

환대하는 이는 낯선 이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의 경험을 인생의 조언과 충고로 귀하게 여긴다.

반면 이 시대의 예의바름이란 낯선 이를 친구로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낯선 이가 내 삶에 다가서지 말고 낯선 이로 물러나 있을 것을 요구한다.

나 또한 남에게 관여하지 않고 거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다른 이의 삶에 조언과 충고를 보태는 것은 사생활을 침범하는 무례하고 공격적인 일로 여겨진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개인을 공격하는 예의 없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77p.




단속사회

저자
엄기호 지음
출판사
창비 | 2014-03-1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를 통해 주목 받았던 엄기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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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와 더불어 일독을 권하게 되는 책이다. 

피로사회가 이 시대의 질병을 규명했다면, 단속사회는 처방전을 써준다. 

다시 관계다. 그리고 또 다시 주체다.

주체의 성장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시대의 흐름이 아니라 주체의 주체성이다.

그리고 주체성의 지향점이다. 

주체의 확장과 사회의 환원 그 어디쯤, 우리가 가야할 곳이 있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