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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8 그런 감각이 있다
  2. 2008.10.25 이런 시.

그런 감각이 있다

2012. 3. 8. 15:40 from 숨, 고르기.
그런 감각. 완전히 낯설은 나와 같지 않은 감각.
내가 아니라는 그런 감각이 있다.
그건 내가 아니었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여기에 없다는 감각.
잊힐 리야 라고 노래하던 그 시인의 마음이 
어쩌면 잊힐지도 모르겠다는 감각.
그건 분명, 지향점을 잃은 그 시인의 벗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현실적 감각을 잃고 
허무맹랑한 희망의 날개가 솟아오르기를 바란 이상의 이상의 그것과 같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욕망하는 맹목적 자기부재.
반성에 대한 강조와 집착은
아마도 이런 자기를 질책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그런 감각.
스스로를 내버려두고 있다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그래서 자신을 다시 또 버려둘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감각.

무능. 
슬피울며 이를 갈, 그날을 기약하나. 

우리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세계에 살고 있다.
존재의 의미는 이미 존재를 벗어난 세계에 투영되어
환희와 그것에 대한 갈망 외엔 그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박탈당한, 박탈한 세계.
무능의 세계,
무능의 세계에선 더이상 무능은 무능이 아니다.
그저, 그런 감각이 있을 뿐.

Posted by narapark :

이런 시.

2008. 10. 25. 21:50 from 그런, 느낌.



이런시
                                                     이상.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이런 시(詩)
- 이  상

역사(役事)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 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 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들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 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가톨릭 청년』 2호, 1933.7)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