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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7 어떻게든 쓰자_004





아주 먼 풍경을 바라보듯 삶을 관조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한건 그 만큼 나는 내 삶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것.  관조란 말은 참 멋있다. 어떻든 나는 모든 것을, 아니 적어도 내 삶에 관여된 것들 만큼은 충분히 조절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어휘들을 찾아 벽을 쌓고 자위했다. 흘러가는 시간은 어떻든 내 것이었고 텅 빈 마음도 어떻든 내 것이었다. 부정 할 수 없다. 의미를 새겨 넣는 일 따위 아무렴 어떤가 싶다가도 이내 흘러가버린, 텅 비어버린 시선을 마주할 때면 참 재미없구나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허탈함도 잠시, 어느샌가 나는 다시 무언가 되기를, 되어지기를 바란 건 아니었을까. 내가 서 있을 장소에, 정확히 그 자리에 서 있으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할까. 방법을 찾지 못 했다는 말로 다시금 얼굴을 가리려 하는 것일까. 어떻게든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써서 읽고 다시 읽어 누구에게든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어지지 않는다. 

모든 벽에는 문이 있기 마련이다. 자물쇠가 채워져 있든 아니든 문 없는 벽은 너무 슬프다. 하지만 문은 열지 않는한 벽과 다르지 않다. 벽은 넘어설 수 없는 것이며 넘어서지 말라는 경고다. 그러므로 문은 벽을 용서하는 수단. 이제는 조금이나마 쓸모 있는 어휘들로 손잡이를 만들어야겠다. 흘러가는 삶이 지루하다 말하기 전에 내 이름을 새겨 넣어야 겠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