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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

2008. 10. 26. 04:04 from 숨, 고르기.
원래 예감이라는건 그 말 안에 불안을 가지고 있다.
확실하지 않은 그 무엇에 대한 느낌.
뭐 결국 모름에 대한 궁굼함에 따른 어떤 알 수 없는 기분 정도겠지.

그런데 뭔가를 예감할 때 가끔은 그 것이 예감이 아니라
직감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되도록이면 생각을 멀리하고 머리를 비워두는
일종의 수면 상태에 들어가버리는게 가장 편리하지만
어느 날인가, 쓸데없이 발동한 책임감 덕분에
이젠 그런 편리함을 쫓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예감아닌 예감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불안하다는 감정도 웃긴게
뭔가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것일 때는 불안의 이유가 확실하고
불안의 대상 또한 명확하게 집어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조금 더 불안해진다.
이미 일어난 혹은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건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마음의 동요에 대한 불안.
도저히 내 것이라고 얘기 할 수 없음직한 감정 때문에
느끼는 불안은 그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우리가 가진 언어에는 한계가 있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건 불가능해보인다.
하지만 그게 또 다행인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버리면
어쩌면 창피해 죽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물론 이런 말을 쉽게 할 만큼 많은 나이가 된 건 아니지만
모르겠다.는 말과 친해져간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모르겠더라는 식의 잡소리가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 
이쯤이면 알 만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겠다는 말이다.
타인의 삶을 읽으면서 내가 알게 되는 정보의 양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살아보지 않는 한 결국 안다고는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의 생각을 알고 행동패턴을 전부 외워버려서 모든 걸 재현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결국 그건 내가 하는 거지 그 사람이 하는 건 아니니까.

또 사람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이라는 건 사실 없다.
어둠이 어둠이 아니라 단지 빛의 부재이듯. 존재하지 않는 것을 편의상 이름 지은 것이다.
주관을 이해하기 위해 반대되는 개념을 상정한 것일 뿐이라는 게다.
그런데 혹시나 주관이 부재를 일으킨다면 객관이 설 자리 정도는 마련 될 텐데.
그건 불가능 하다. 인간에게 주관의 부재란 상상 할 수 없다.
가정도 가정 나름.

내 주관에 따른 나의 불안은 어떤 예감에 따라 시작되는 것이지만
이미 불안을 느끼는 시점에서는 그 예감이 어떤 것이든지 직관으로 치환되고
직관으로 치환된 예감은 더 이상 모름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최초 불안에 대한 불안이 된다.
최초의 불안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종류였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건 불안의 크기와 지속시간이다.

처음 부터 아는 것 없이 시작한게 불안이기 때문에
모름이 앎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또 모름이다.
증폭되는 불안은 이제 최초의 불안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 되며
불안의 주체는 이 즈음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무엇을 버릴 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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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건 결국, 나만 아는 얘기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