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0.29 걷기.

걷기.

2008. 10. 29. 20:11 from 숨, 고르기.
나는 언제나 혼자 걷는다. 길 위에 서 있으면 딱히 이유도 없이 걷는다.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타려던 버스를 놓쳐서, 혹은 걷다보니 어느새 너무 멀이 와버려서.
걷기를 시작하는 시점은 언제나 모호하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걸어야지 하는건 의미없는 짓이다.
적어도 나에게 걷기의 시작이란 없다. 아니, 없는게 맞다.
당연히 목적지 같은건 정해두지 않는다. 한 때 시간과 목적을 정해서 걷기를 했을 때에도,
나는 나의 목적지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 곳이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걷고 싶었을 뿐이다.
누구보다 많이 걷고 싶은 욕심도 없었고, 조금 걸었다고 아쉬움을 갖게되지도 않았다.
그날 그날 쉬고 싶으면 그저 쉬고, 걷고 싶으면 계속 걸을 뿐이다.

걷는 동안 나는 참 쓸데없는 생각에 몰입한다.
전혀 쓸모없는 생각들. 도저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생각들,
그러나 나는 걷는 동안하게 된 생각들 덕분에 오늘도 내 목소리를 낸다.
욕심 나는 일에 나는 욕심이 난다고 말하고.
보고 싫은 일에 나는 보기 싫다고 딱 잘라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걷다보면 참 알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걷다보면 아무것도 예상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걷는 동안의 내 결심, 그리고 어떤 목적이 생기면 그건 내 것이 된다.
과거 이스라엘 민족의 기도 처럼.
나는 이미 그 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길만 아니면 나는 조금 먼 길이라도 기꺼히 받아 들일 자신이 있다.
빠르게 급하게 바쁘게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하나라도 더 보고 싶고
남들이 말하는 그 무엇이 무엇인지를 내 발로 내 눈으로 확인하고, 확신하고 싶다.
내가 하지 않으면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들이 일궈놓은 밭의 양식은 배부르지만, 만족할 수는 없다.

걷고 싶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걷고 있으면 해결된다.
아니 해결 할 수 있게 된다.
내 발로 내 손으로 내 눈으로 알 수 있게된다.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가끔은 비를 맞으며 나는 그렇게 걷고 싶다.

나는 지금껏. 길 위에서 모든 답을 찾아 냈다.
어쩌면 나를 찾아 온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알게 되었고,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곳이든 나는 걸어갈 준비가 되어있다.
이건 나. 오직 홀로 하고 해야만 하는 것.

시원한 바람. 귓가를 스치고.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