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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14 지나 온 5년 그리고 지나갈 하루를 위해 (feat. 신아)
예상을 해 보자면, 어쩌면 오래 가지 못 할 수도 있다.
되려 오래가지 않는게 더 좋은 일 일지도 모른다.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세상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대로 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원래 예상이라는게 그렇듯 온전히 그 결과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기도 하니까
예상을 해 보자면이란 말은 정말 별 뜻 없이 지껄이는 것에 불과하기도 할 것이다.

큰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여름을 맞게 될 것이고.
그 여름 이후에는 가을이 그리고 곧 겨울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새해가 시작되고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일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하루 하루 만큼 나이가 들 것이고
그 만큼 어른이 되어 갈 것이다.

큰 일이 없는 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일 것이다.
별 탈이 없는 한 우리는 같이 늙어 갈 것이다.
큰 일이나, 별 탈이 생기기 위해서는 우리 중 누군가는
지금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기대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한 세계 안에서 살아가기를 약속하고
그 세계를 완성시키기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결과는 여전히 다음에 있으며,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다음의 무엇이 될 것이다.

삶에 감사하고 관계에 지치지 않을 수 있는 힘은 우리 사이에 놓여 있으며
그 어딘가에는 서로를 향해 놓여있는 믿음도 있을 것이다.
관계란 어떤 결정체가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것.
우리란 어떤 결과물이 아니라 너와 내가 맞잡고 있는 것.
이상의 무엇을 우리가 잊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일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을 붙잡기 위해 집착하지도 않을 것이다.
흘러가는 것을 거스르지 않을 것이고
거스르기 위한 애씀도 하지 않을 것이다.
감사만을 바라지 않을 것, 안녕만을 바라지 않을 것과
참회만을, 반성만을 바라지도 않을 것을 약속한다.
홀로서기를 그만 두지 않을 것이고, 그 바람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감정의 과잉과 이성의 천착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과
어딘지 모를 중도을 넘나들 때엔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것을 알고
물러섬이 곧 패배나 실패가 결코 아님을,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지만 설령 결과가 참혹하여 속이게 된다면
맥락을 자르지 않고 사실과 진실에 대해 납득 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 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설명될 수 없는 일은 우리의 세계엔 없을 것이고.
말은 폭력이 아닌 다가섬의 유일한 도구로 기능할 것이다.


감사와 사랑을 담아 5주년을 축하하며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