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118

피로하다.

모든 사람들 전부를 끌고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함께 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분명 부담일 수 있으며, 혹 누군가에게는 귀찮거나 그저 불편한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솔직하지 못한 감정들 때문에모든 사람들 전부를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집단이든 개인의 희생은 필요하다.무엇이든지간에 그 어떤 희생도 없는 집단은 구성 자체가 어렵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의 경우는 이야기가 빠르다.발생한 이윤의 일정 부분을 분배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친목 집단에서 발생한다.몇 몇의 희생은 희생으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이윤이 없으니 보상도 없다.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 말고는 어떤 말도 사실 의미는 없다.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고, 순서가 있..

숨, 고르기. 2014.04.02

삭제된 이야기.

좋은 삶을 고민할 때, 나는 말 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삭제된 개념. 바로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불편한 이야기다. '좋은 삶'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이라니. 돌이켜보면 '좋은 삶'을 말 할 때, 내가 하고 싶던 이야기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결정된 결론에 닿을 수밖에 없는 삶이 아닌, 만들어갈 수 있는 혹은 변화시킬 수 있는 삶, 그런 이야기.진부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야기로만 끝나버리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삶이란 명사적 의미로서 다뤄질 것이 아니라 동사적 의미로서 다뤄질 때 그 빛을 발한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 의해 변화할 가능성을 가진 삶은 명사로 말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이미 시작되었고,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

숨, 고르기. 2014.02.21

정돈,

삶을 정돈 하고자 한다.그 동안 너무나 무심하게 내팽겨 뒀던 몸뚱아리는 물론내 주변에 나뒹구는 작은 물건들도 마찬가지로.이제라도, 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정돈 하고자 한다. 흘러가는 생각을 애써 부여 잡고 억지로 방향을 트는 짓은 이제 그만 두려 한다.정신이 가는 곳에 몸이 간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나를 반성하고자 한다.많은 것을 하려기보다는 눈앞에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고자 한다.고작 하룻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런 것들 뿐이니까. 여전한 마음가짐으로 아주 조금 비틀어 볼 요량이다.특별한 것을 기대하려는 마음이 이미 한 켠에 똬리를 틀었지만가만 두면 알아서 뭉개져 버릴 것이다.욕심을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대에 미치지 못 해도. 오늘 하루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너무 멀리 와버..

숨, 고르기. 2013.07.15

을 보면,

찍어둔 사진을 보면,그날의 인상이 기억나는가 하면.기억이 새롭게 편집된다. 그날이 맑았는지 흐렸는지공기의 흐름이 느렸던지 빨랐던지바라보던 시점도 느끼던 감정도. 조악하게 조립된 기억은 사진 위에 그렇고 그런 낱말을 얹음으로 완성된다. 필요와 불필요를 넘어그것은 그것이어야 한다는 시건방을 떨면서. 그게 놀이.그런게 그야말로 노는 것.그것을 위한 그것.

숨, 고르기. 2012.10.23

그런 감각이 있다

그런 감각. 완전히 낯설은 나와 같지 않은 감각. 내가 아니라는 그런 감각이 있다. 그건 내가 아니었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여기에 없다는 감각. 잊힐 리야 라고 노래하던 그 시인의 마음이 어쩌면 잊힐지도 모르겠다는 감각. 그건 분명, 지향점을 잃은 그 시인의 벗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현실적 감각을 잃고 허무맹랑한 희망의 날개가 솟아오르기를 바란 이상의 이상의 그것과 같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욕망하는 맹목적 자기부재. 반성에 대한 강조와 집착은 아마도 이런 자기를 질책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그런 감각. 스스로를 내버려두고 있다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그래서 자신을 다시 또 버려둘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감각. 무능. 슬피울며 이를 갈, 그날을 기약하나. 우리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세계에..

숨, 고르기. 2012.03.08

닥치고 읽는 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닥치고 읽는 일이다. 국내 10대 신문사의 기사를 스크랩해서 그걸 가지고 기사를 쓰는 놈들이 있다. 아무래도 애네는 현장엔 나가지 않는 것 같지만, 기사 퀄리티는 조중동 못지 않다. 대충 때려잡아 경력이 10년은 되 보이는데, 어찌 그런 글을 써내라는 건지 우리 '사주'님은 날 뭐라 생각하는건지 모르겠다. 확실히 시야가 넓다, 조사 자료의 범위가 말도 안 되게 넓다. 나는 그런 기사를 보면서 마우스를 뺏어간 '사주'님 뒷통수에 소리없는 아우성이나 지르고 있는 것이다. 마우스가 있으면 웹서핑의 속도는 3.7배 이상 향상된다긔..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을 때 중요부분을 정리하고 그걸 논리에 맞게 배치하는 일 처럼 기사는 논리적이어야 하고 확실한..

숨, 고르기. 2011.07.24

어쩌면 이야기를,

글을 쓴다기보다, 이야기를 쓴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그래서 막상 글을 쓰기 위해 새 페이지를 열었을 때, 그렇게 멍청해지는 거겠지.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도 결국, 누군가 했던 이야기라는 말이다. 세상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읽히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어차피 새로운거 없다면,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기술의 차이에 불과 한 것일까. 공상과학이 아닌 이상, 이야기의 주제는 뻔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다르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이 다르다. 그렇다면 결국,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난 글쟁이보다 먼저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숨, 고르기. 2011.06.06

늦은 후회

언제나 늘 그렇듯 후회는 늦다. 그래서 늦은 후회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그 용법에서 오류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늦은, 이라고 말하는 것은 후회를 덜 창피하기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의 문답 속에서는, 왠만해선 다른 답을 찾을 수 없다. 문제를 유효하지 않게 만드는 행위는 유일한 탈출구 이지만, 탈출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미해결로 남겨두고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속이는 짓은 그만하자.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 문제엔 어떤 오류가 있는지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말라는 말이다. 더 이상은, 그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야기 될 일이다. 늦은 후회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의 진상은 ..

숨, 고르기. 2011.06.05

쉽지?.

생각해보면, 참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싶다. 단지, 만만해보이고 싶지 않아서, 혹은, 난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또는, 내가 너 보다 우월하니까? 거드름을 피우며 눈깔으라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같다. 의도되었다는 전제도 같다. 그렇다면, 그 과정은 정당화 될수 있을까? 사람에게 어떤 일관성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어느 누구에게도 일관된 삶은 어렵다. 모두가 그렇게 지향한다고 해도. 논리적 모순을 부수는, 그걸 까발려 드러내는 일은 쉽다. 하지만, 반성은 어렵다. 내 눈에 들보는 보이지 않는다. 화 내는데 더딘 사람은 용사보다 낫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성을 빼앗는 사람보다 낫다(잠언 16:32)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 사랑을 구하는 것이요(잠언 17:9)..

숨, 고르기. 201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