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118

나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 영영 잃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가슴 어딘가 구멍이 난 것처럼 허전한 마음인 줄 알았는데,그런 물리적 감각과는 다른 상실에 대한 감정이었나 보다. 목적을 잃어버린 건생기를 잃은 건 아닐텐데자꾸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문장만 떠오른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살아내 왔는지.갑작스러운 존경심은 어딘가 쓸쓸하여나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숨, 고르기. 2025.02.07

정말 절망하기 전에

돌아간다 시고 소설도 음악도 자꾸만 그 시절 그 감정으로 돌아간다 그 뒤로 쌓은게 없으니까 이게 내 한계다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다 그 시간을 그 날로 돌아가는 수밖에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다 그저 스무살 그때 읽고 쓰고 들었던 어른인척 하던 나만 있을 뿐이다 한심하다 1센치도 자라지 않았다 정말이지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 우려먹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아니다 아직 멀었나보다 뭐라도 그게 뭐라도 일단 채워야겠다 고르고 고르다 아무것도 못 채우기 전에 뭐라도 그래 뭐라도 채워야 겠다 너무 비었다 너무 아무것도 없다 정말 절망하기 전에

숨, 고르기. 2021.03.11

비난하는거야.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세상에는 분명한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예를 들면, 음..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첫 질문이 결혼은 언제하냐는 류인 사람이라거나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먹고 살만한가보다는식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드립을 치는 사람들을 들 수 있을거야.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는데. 그건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는 거야.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는 말은 이렇게도 볼 수 있어.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 한다. 뭐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일종의 카테고리랄까, 분명한 한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범위 안에 든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 내가 딱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얼마전에 그런 얘길 들었어.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이렇게 말 하더라, 먹고 살만 한가보네? 그래서..

숨, 고르기. 2015.01.22

매년,

매년 그렇긴 하지만, 올 한 해가 또 어떻게 지나 갔는지 모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 하게 된다. 정말로 몰라서라기 보다는 어쩌면 기억하기 싫은 몇몇의 일들과 거기에 묻어 있는 감정 찌꺼기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들이니 나도 기억을 추억에 묻고 가지 않을까 싶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다 하고 돌아 볼 일은 없다. 그저 작년과 비슷했고 다른게 있다면 작년엔 서른 하나였고 올핸 서른 둘이었다 정도 일까. 나에게 닥쳤던 시련따윈 없었던 것 같지만 생각해보니 이직 제안에 고민도 했고 허울뿐이긴 해도 한 계단 승진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살았고 욕심을 내자면 이 시간들이 조금만 더 유지 됐으면 한다. 다음날을 내다보기 힘든 삶은..

숨, 고르기. 2014.12.18

꿈을 꾼다고 한다면,

꿈을 꾼다고 한다면,마치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해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 빠진다.서재를 가지고 싶다거나, 시골에 살고 싶다거나, 카페를 차리고 싶다거나이런 바람들은 꿈이 아닌듯 혹은 너무 큰 일인 듯 점잖게 밀려난다.현실로부터 망상의 세계로 더 이상은 아무것도 아닌채로. 내가 바랐던 세계가 아닌 곳에 살아가야 한다는 건고통스럽기 보다는 그저 무기력해져 가는 자신을어찌할 수 없음에 쓰러져가는 것과 같다. 살아남기 위함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삶이라면꿈이란 바랐던 세계를 계속 바라는 걸까.친절한 속삭임 뒤에는 언젠가는 끝난다는 기대가 실렸을 수도.결국은 끝나고 말 일이라는 뒷짐진 생각이 어찌할 수 없음에 동의하고 의지하는건 또 아닐까. 시간은 간다. 사라져버린다. 바랐던 세계가 다시 저 만치 밀려난다. 꿈을..

숨, 고르기. 2014.10.21

여기, 이야기가 있다.

그러더라. 자아를 깨닫게 되는 순간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라고. 그러곤 이렇게도 말 한다. 자신의 욕망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자신의 능력의 차이를 경험하는 것.현실과 꿈을 분리 하는 것, 세상과 나를 구분할 줄 아는 것. 내 환상과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는 성장의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말이다. 그렇더라. 자신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모하다.무모한 사람은 본인보다 주변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자아를 깨닫지 못한 인간이 갖는 고통이라는 것은 치유해야 할 종류의 것이 아니다.스스로 싸워야 할 종류의 것, 즉 투쟁의 대상, 제거의 대상에 불과하다. 자신의 한계와 맞서 싸우라는 말은 폭력적이다.성과주의와 자기착취, 그리고 긍정주의와 개인화의 세계가 그것이다.이런 세상은..

숨, 고르기. 2014.10.17

뭉크를 보다가.

가만 생각해보면, 기괴함 보다는 남다름에 열광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뭉크의 특별함은 판타지 요소와는 전혀 관계없는 집중에 있었다.감정의 과잉과도 상관없는 특정된 감정에 대한 집중이다. 무엇이든 과잉은 금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과유불급이란 말도 참 좋은 말이라 생각하고조금 확장해서 견물생심이란 말도 좋아한다.약간은 부정적인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구체화를 시켜보면 이런 맥락의 확장이다. 어떤 감정이 발생하기까지 거치는 여러 과정들은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사실 우리 삶이 무엇이 있고 없고는 큰 문제가 아니다.큰 문제는 내가 그것이 있음을 아느냐 모르느냐이다.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모르는게 약이라는 말도 일리있는 말이다. 짚고 ..

숨, 고르기. 2014.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