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4

눈물 - 그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나와 다른 그에게 끌린 것인데, 그와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다름에도 불구한 그와 사랑에 빠진 것이 감사하다고 여겼지만, 점차 우리의 닮은 점이 우리가 마치 운명이라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고 그것들이 우리를 묶어줄 것 같았다. 당연한 다름이 그와 날 이별하게 만들 것 같았다. 난 내 사랑의 시작인 다름을 점차 극복해야할 대상같이 느꼈다. 나와 다른 그를 보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고 다름을 원망하게 되었다. 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했고, 그는 나를 힘들어 했을 것이다. 나는 눈물이 가진 힘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내가 약함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 앞에선 물론이고 혼자 있을 때도 난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없는, 글. 2009.05.30

눈물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닮은 것들을 찾아냈었다. 꽤 오랜 시간 함께했기 때문에 닮아온 부분이 아니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우리는 말도 안 되는 공통점들을 찾아냈다. 서로의 이름에 받침이 없다는 것.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4자리나 일치한다는 것. 즉흥적인 일을 벌이는 것. 아메리카노만 마신다는 것. 비가 오면 동동주에 파전을 먹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눈물에 약하다는 것. 그랬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눈물에 약했다. 작은 싸움은 서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에 큰 싸움으로 번진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는 애써 눈물을 참아가며 스스로를 보호했다. 예상치 못한 네 눈물은 이제 막 열리려던 내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입뿐만 아니라 생각마저도 멈추게 만들었다...

없는, 글. 2009.05.18

만남 - 그녀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것을 깨닫는 것은 한순간이다. 난 그와의 인연이 다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같은 사람이 어느 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가에 대한 문제다. 익숙했던 침묵은 불편해졌고 빛나던 우리도 더 이상 빛나지 않게 된다. 우리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난 내가 그대로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로가 아니었고 그대로이길 바란 그대도 어느 순간 변해있더라. 아직 쌀쌀하지만 조금씩 따듯해져가는 그 즈음이었다. 겨울 외투들이 하나 둘 옷장으로 기어들어가고 새로 꺼낸 화사한 색들의 옷이 어울리는 그런 날. 하지만 그런 따듯함이 나에게는 그저 답답한 공기로만 느껴지는 그런 날. 우리는 카페테라스에 앉아있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좀..

없는, 글. 2009.05.16

만남

아마 그날에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건 비가 아니라 단지 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조각난 기억을 애써 되돌리자면 이렇듯 무리한 상상이 따라 오기 마련이다. 아무튼 그 날에 비가 왔든지 오지 않았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그 날은 우리가 더 이상 우리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는 날이었다는 것이다. 너는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 와서는 아메리카노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다 연신 담배만 피워댔던가보다, 아직 날이 덜 풀려 목도리를 해야 했음에도 우리는 사람들이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그 자리가 예전 우리 처음 만나 쉴 줄 모르고 떠들어 대던 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달라진 건 마주앉은 너는 더..

없는, 글. 2009.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