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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쓰자_004

아주 먼 풍경을 바라보듯 삶을 관조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한건 그 만큼 나는 내 삶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것. 관조란 말은 참 멋있다. 어떻든 나는 모든 것을, 아니 적어도 내 삶에 관여된 것들 만큼은 충분히 조절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어휘들을 찾아 벽을 쌓고 자위했다. 흘러가는 시간은 어떻든 내 것이었고 텅 빈 마음도 어떻든 내 것이었다. 부정 할 수 없다. 의미를 새겨 넣는 일 따위 아무렴 어떤가 싶다가도 이내 흘러가버린, 텅 비어버린 시선을 마주할 때면 참 재미없구나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무언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허탈함도 잠시, 어느샌가 나는 다시 무언가 되기를, 되어지기를 바란 건 아니었을까. 내가 서 ..

어떻게든 쓰자 2013.08.27

정돈,

삶을 정돈 하고자 한다.그 동안 너무나 무심하게 내팽겨 뒀던 몸뚱아리는 물론내 주변에 나뒹구는 작은 물건들도 마찬가지로.이제라도, 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정돈 하고자 한다. 흘러가는 생각을 애써 부여 잡고 억지로 방향을 트는 짓은 이제 그만 두려 한다.정신이 가는 곳에 몸이 간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나를 반성하고자 한다.많은 것을 하려기보다는 눈앞에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고자 한다.고작 하룻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런 것들 뿐이니까. 여전한 마음가짐으로 아주 조금 비틀어 볼 요량이다.특별한 것을 기대하려는 마음이 이미 한 켠에 똬리를 틀었지만가만 두면 알아서 뭉개져 버릴 것이다.욕심을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대에 미치지 못 해도. 오늘 하루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너무 멀리 와버..

숨, 고르기. 2013.07.15

며칠째.

소화가 잘 안 된다. 음식을 급하게 먹는 편도 아니거니와, 많이 먹는 편도 아니다. 많이 먹어봐야 화장실만 자주 갈 뿐 몸무게의 변화도 거의 없는 체질이라 항상 적당히 먹는다. 그런데 왜인지 얼마전부터 소화가 잘 안 되기 시작했다. 딱히 신경쓰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은 고사하고 음식은 아얘 손도 못대는 누구와는 다르게 가끔 이럴때면 당황스럽다. 사실 걱정되는 일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소화가 힘들 정도로 걱정하고 있다곤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만약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이라면 그 일밖에는 달리 생각 할 수 있는게 없다. 학교, 이제 남은 3학기.. 생각해보니 한 번에 2학기 이상 다녀본 적이 없다. 아, 2학기 그러니까 최대 등록기간이 1년이었다. 남은 3학기는 쉬지 않고 다녀야 하는데..

숨, 고르기. 2009.01.05

오늘 하루.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 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켜 보면서 나는 아무것도 내게 즐겁지 않음을 알았다. 막상 글을 써보려 할 때면 피로가 몰려오고 이제 다잡고 책을 펴 읽으려 할 때면 몸이 이미 지쳐왔다. 밥을 먹는 다는 행위에서 나는 나를 경멸하게 되었고 나는 이유도 목적도 찾을 수 없는 오늘 하루를 너무 쉽게 흘려 버렸다. 어째서 일까, 꿈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작은 바램일 뿐, 신념따윈 내게 존재 하지 않는 것일까. 돌아보면 항상 그래왔다. 용케 오늘까지 왔다만 어떻게 오늘까지 올 수 있었을까.. 남보다 특별한 무엇이 있다면, 아마 모든걸 그 무엇 따위로 생각하는 능력이랄까. 분명 너와 내가 있지만 나에게 너는 나를 위한 너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

숨, 고르기. 2008.12.29

도쿄.소라 (Tokyo.Sora, 2002)

"삶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해. 느껴 봤어? 살아있다는 것이.. 더 이상 길지 않다는 것을.. 난 매일 그래." 한 마디로 정리 해버릴 수는 없겠지만, 그녀들의 삶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그들의 삶. '나와는 다른, 그러나 결코 틀리지 않은.' 삶.. 과연 그게 무엇인지,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행복을 느끼는 자신이란 그것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 안에..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이 아닐까. "즐거웠어"

그런, 느낌. 200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