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5

인식됨에 대해서.

비가 계속온다. 사진이 찍고 싶어졌다. 카메라 챙겨 다녀야는데, 한 컷도 찍지 않고 돌아가는 날이 많아 잘 챙기지 않게 됐다.소나기가 내릴때 어설프게 피어오르는 물 안개와 저벅저벅 걷는 우체부 아져씨가 기억에 찍혔다.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식이 있다. 나는 거의 모든 것을 사진처럼 장면으로 기억한다.약속 장소, 시간, 모임의 이유, 사람들을 하나의 사진으로 기억한다. 가끔 아, 그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라고 말하는 건정말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고 이유는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기대되지 않는 장면도 가끔은 그려지곤 하는데,거기에 도달했을 때의 장면이 그려졌던 장면과 달랐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대표적인게 군대였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 중 상당부분은 나의 모습이고, 행동이나 말도 포함된다.그리고 중요하다고 ..

숨, 고르기. 2014.07.24

안정감.

빈티지 사진전이랑 황규태 사진전을 보고 왔다. 두 전시는 전혀 다른, 극단에 서 있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이해하고 기대하기에는 빈티지 사진전이 수훨했고.곤욕스럽고 귀찮기에는 황규태 사진전이 독보적이었다. 현대 예술이라는 형태들, 특히 시각 예술에서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는 영역으로 끌어내는 행위는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이 더 예술적인게 아닌가 싶어졌다. 고집스러움과 꾸준함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는 조각, 조형 예술과 비슷하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결국 완성된 '그것'은 상당히 다른 인식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한다면, 천천히 들여다볼 마음 정도는 생긴다.하지만 다른 보기 좋은 것들과 촉촉한 것들이 있는데,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모름으로부터 시작된 감상과 이에 따른 무시되..

거기, 당신. 2014.07.14

건조한 사진

전문가의 추천을 받는 사진들을 보고 한 가지 알게 된 부분이 있다면,그건 '감정이 얼마나 잘 드러나있느냐'이다. 일반적으로 사물이나 건물 풍경 등의 사진보다인물 사진이 각광 받는 이유이기도 한 것으로 보이는데,확실히 내가 봐도 오호! 싶은 사진들은사람이나 동물 사진일 경우가 많다. 정작 나는 사물을 찍는 걸 좋아하는데,그건 역설적이게도 감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피사체는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무관심이 허용 되고 죄악시 되지 않으며해석의 여지가 넘쳐나 오히려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그런 편안함은 때로는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귀찮지 않다는 장점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사실, 이런 편안함은 안온함과는 달리 만만함에 가깝다.여기에는 몇 퍼센트의 건방짐이 있을 것이고또 몇 퍼센트는 ..

거기, 당신. 2014.06.25

어떻게든 쓰자_006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많은 생각들을 읽다보면 나도 언제가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살아왔다. 고 우선 적어 둔다.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그 때부터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누군가처럼 하루에 몇 권씩을 읽어 재끼거나 작법과 같은 학습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만의 첫 문장을 오래도록 기다리면서 문장들이 숨을 쉬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 키워왔다. 그러다 어쩌면 이런 막연한 기대와 기다림은 잘 못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래도 버릴 수 없는 어떤 욕심처럼 나만의 첫 문장을 기다리는 것은 그만 둘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느낌일까. 나는 일본 소설들처럼 눈 앞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할 만한 능력도 없거니..

어떻게든 쓰자 2013.09.30

어떻게든 쓰자_003

나는, 내 취미는 사진을 찍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다. 처음 필름 카메라를 만졌을 때 그 어느 때보다 설레었다. 나는 그 낯섦에 상기되었고 그래 이 정도면 내 취미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나는 내게 어울리는 어떤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필름 카메라는 엄청난 유행이 되었고 심지어 그 구하기 힘들다는 주이코 렌즈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길을 나서면 열여 대여섯은 무슨 악세사리를 두른 것 마냥 카메라는 목에 메고 다녔고 그들 사이에는 고가의 디지털 카메라를 멘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불편해졌다. 낯섦의 기억이 유행을 좇는 것으로 왜곡되는 것이 거북했고 참 싫었다. 자연스럽게 카메라는 먼지를 뒤집어 쓰기 일쑤였고 100일은 거뜬하게 버티는 베..

어떻게든 쓰자 201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