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118

원래 그런건 믿지 않았다.

원래 나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게 정말 성격일까 싶기도 하지만, 뭐 일단은 그렇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사람, 잘 믿지 않는다. 내게 믿음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가식적이어서 눈물을 흘리는 순간에도 계산은 끊이지 않는다. 어느 소설 중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이겼다고 생각했다." 는 글귀처럼 그런식인거다. 그리고 나만 그런것도 아닌거다. 그치만, 요즘은 가끔 나까지 그럴필요는 없지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 따위, 믿지도 못하면서. 어쩌면 거짓말 일 수도 있다. 사람을 잘 못믿는다는 말. '아주 오래된 농담'처럼 거짓말일 수도 있다. 너무 쉽게 믿어버려서, 자신한테 창피하니까. 어설프게 둘러대는 농담. 그런거 말이다. 하아, 너따위. 신경쓰지 않는건데..

숨, 고르기. 2008.10.20

무심.

가슴 한 구석이 시리다. 단지 가을이라는 이유로 이토록 짙은 황망함을 느낄줄 알았다면 나는 가을을 기다리지 않았을꺼야. 나는 몰랐다. 이럴줄은, 정말 몰랐다. 손꼽아 기다려온 가을이, 내게 이런 시련을 가져다 줄 줄은 몰랐다. 그리고 몇 해의 가을을 맞이 하면서 나는 한 번도 가을에 젖어보질 않았다. 나는 언제나 구경꾼이었으니까. 내 감정따위, 지켜보는 것뿐이었으니까. 시리다. 너 때문에 가슴이 뚫려버렸다.

숨, 고르기. 2008.10.17

혹시,

내가 지금 하는 생각들은 아마도 너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일지도 몰라 물론 이건 너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야 어쩌면 음.. 뭐랄까 결국엔 나 혼자만의 이야기로 남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참.. 그렇다, 너를 앞에 두고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되버리고 네 전화번호는 이미 외워버렸는데도 전화를 걸 수가 없네 참.. 이상하지? 예전엔 이러지 않았던거 같은데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이상해졌다고, 그러더라.. 뭐, 어떤 사람은 너 한테 정말 봄이 왔나보다라고, 위로 비슷한 것도 해주고 말이지. 웃기지. 내가 이런 생각한다는거 넌 아마 웃겨할지도 몰라 근데 나 꽤 심각하다? 이상하게 떨리는게 참 낯선 느낌이야 지금은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게 전부지만..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려나? 모르겠다. 나 그 사람도 참 좋아하..

숨, 고르기. 2008.10.16

마음이.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참 약한 사람인가보다. 네 얼굴에서 난 무엇을 본 것일까. 분명히 나와 같은 것은 아닐꺼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알고 있다. 사실 복잡할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단순한 구도이고 뻔한 사실일 뿐인데 나는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인가.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참 약한 사람인가보다. 나사 하나가 풀려버린 장난감처럼 비틀거린다. 내가 갈 곳은 분명한데 자꾸만 방향을 잃는다. 네 얼굴에서 내가 본 것은 분명히 나와는 다른 것인데 나는 왜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괜한 집착에 또 다른 희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지나온 모든 사람들이 그래왔듯이 힘들면 도망치려 할텐데 나는 그렇게 눈을 감아 버릴텐데. 아니다 할 수..

숨, 고르기. 2008.10.15

아이돌.

사실, 아이돌.... 좋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수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가수란 당연히 노래만 잘하면 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런게 뭐,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프랑스 예술 영화를 보고 독립영화를 찾아 보면서 정말 내가 이런걸 좋아하기나 하는 걸까라는 의문에, 잠시 정체성을 잃기도 했다. 그냥, 좋다. 훌륭해. 그저 아이돌이라고 무시하고 볼 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이쁜건 사실이지 않은가. 베스트셀러라고 읽기 싫어지는 삐뚤한 성격일 뿐 인가 보다. 사실은 좋으면서-_- 깊이를 모르고 쫓는게 싫었을 뿐이지. 그 대상 자체를 무시할 이유는 없다는, 나름의 새로운 합리화를 시도하는 걸까. 뭐, 쓸데없는 얘기겠지만 말이다.

숨, 고르기. 2008.10.12

나와는 다른, 그러나 결코 틀리지 않은.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 사상 때문에 탄압을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 서서 싸울 것이다." - 볼테르. '다른' 이라는 말과 '틀린' 이라는 말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볼테르의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 할 수 있을 테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남들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내가 가진 감정들을 숨겨가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또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외로움에 익숙해져가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내가 그것들을 거부하므로써 나는 당신과 언성을 높여 추태를 부렸다. 나는 내가 당신에게 언성을 높이게 된 것은 사죄 할 수 있으나 내 생각에 대한 반성을 이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에게 있어 어른..

숨, 고르기. 2008.10.10

이제 다시.

정식으로 핸드폰을 해지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나는 어느 때 보다 시원하고 가벼웠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화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사실 그런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서류를 떼러 돌아다니면서 땀을 닦아 내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일이 나름 즐거웠다. 해방감과는 약간 다른,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는 감정에 셔터를 눌렀다. 책을 펴고. 노트에 볼펜을 굴렸다. 언젠가부터 어렵게만 느껴지던 쓸 만한 글귀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닌 옛날 처럼, 그저 끄적거림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불편한 마음들이 종이위에 놓여질 때 시원한 가을 바람이 나를 불렀다. 나를 머물게 하는 것. 하염없는 기다림에도 지치지 않게 하는 그 무언가. 망상과도 같은 그 것. 모든 사람이 무의미한다 말하는 그 것. 그 것이 나를 머물게 ..

숨, 고르기. 200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