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마음에 떨림, 익숙해지지 않는 가슴 벅찬 슬픔.
이제는 괜찮다고 말하려 했는데
너는 모든걸 무너뜨리고 말았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려 또 다시 술잔을 기울이고
흔들리는 꿈 속에 너를 다시 만나,
눈 감으면 떠오르는 너의 눈빛이
내 가슴을 짖눌러 숨을 쉴 수가 없잖아.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참 약한 사람인가보다.
네 얼굴에서 난 무엇을 본 것일까.
분명히 나와 같은 것은 아닐꺼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알고 있다. 사실 복잡할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단순한 구도이고 뻔한 사실일 뿐인데
나는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인가.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참 약한 사람인가보다.
나사 하나가 풀려버린 장난감처럼 비틀거린다.
내가 갈 곳은 분명한데 자꾸만 방향을 잃는다.
네 얼굴에서 내가 본 것은 분명히 나와는 다른 것인데
나는 왜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괜한 집착에 또 다른 희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지나온 모든 사람들이 그래왔듯이
힘들면 도망치려 할텐데 나는 그렇게 눈을 감아 버릴텐데.
아니다 할 수 있을테다.
그 때, 그랬던 것 처럼 고개를 돌리고 깊어지지 않을 수 있을테다.
그래, 나는 그랬던 것 처럼 다시 또 그렇게 할 수 있을테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그래. 할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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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핸드폰을 해지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나는 어느 때 보다 시원하고 가벼웠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화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사실 그런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서류를 떼러 돌아다니면서 땀을 닦아 내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일이 나름 즐거웠다.
해방감과는 약간 다른,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는 감정에 셔터를 눌렀다.
책을 펴고. 노트에 볼펜을 굴렸다.
언젠가부터 어렵게만 느껴지던 쓸 만한 글귀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닌
옛날 처럼, 그저 끄적거림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불편한 마음들이 종이위에 놓여질 때 시원한 가을 바람이 나를 불렀다.
나를 머물게 하는 것.
하염없는 기다림에도 지치지 않게 하는 그 무언가.
망상과도 같은 그 것.
모든 사람이 무의미한다 말하는 그 것.
그 것이 나를 머물게 하고
또,
움직이게 만든다.
무의미한 것은 내겐 좋은 것.
너희들이 욕하는 그 것이 나는 좋다.
오롯이 내 것이 될 수 없기에
더 애뜻하게 불러 볼 수 있는
그 것 말이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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