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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생각해보면, 하고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해봤다고 이런 첫 글자라니 하고 생각해본다.뻔한 결과로 다기 오는 파국이 두려운 걸까 아니면, 파장을 가늠하지 못해 고장 나 버린 걸까.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정말 예상했던 시나리오였을까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른채 저편으로 흘러가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안도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좀먹은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숨 한 번 쉬어내지 못하고 깊어져 버린 망상의 끝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음이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 영영 잃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가슴 어딘가 구멍이 난 것처럼 허전한 마음인 줄 알았는데,그런 물리적 감각과는 다른 상실에 대한 감정이었나 보다. 목적을 잃어버린 건생기를 잃은 건 아닐텐데자꾸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문장만 떠오른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살아내 왔는지.갑작스러운 존경심은 어딘가 쓸쓸하여나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숨, 고르기. 2025.02.07

정말 절망하기 전에

돌아간다 시고 소설도 음악도 자꾸만 그 시절 그 감정으로 돌아간다 그 뒤로 쌓은게 없으니까 이게 내 한계다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다 그 시간을 그 날로 돌아가는 수밖에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다 그저 스무살 그때 읽고 쓰고 들었던 어른인척 하던 나만 있을 뿐이다 한심하다 1센치도 자라지 않았다 정말이지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 우려먹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아니다 아직 멀었나보다 뭐라도 그게 뭐라도 일단 채워야겠다 고르고 고르다 아무것도 못 채우기 전에 뭐라도 그래 뭐라도 채워야 겠다 너무 비었다 너무 아무것도 없다 정말 절망하기 전에

숨, 고르기. 2021.03.11

두려움

두려움이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두렵다.발을 잘 못 디딘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다.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두려움그래서 벗어나고자 하는게 아닐까도망치고 싶은데 그 마저도 쉽지 않다.도망칠 곳이 없어서가 아니다.도망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온 몸으로 부딪치는 방법말고는 아는게 없다.부숴질 것이다.이번엔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아마 부숴지고 말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2015.10.26

비난하는거야.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세상에는 분명한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예를 들면, 음..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첫 질문이 결혼은 언제하냐는 류인 사람이라거나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먹고 살만한가보다는식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드립을 치는 사람들을 들 수 있을거야.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는데. 그건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는 거야.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는 말은 이렇게도 볼 수 있어.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 한다. 뭐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일종의 카테고리랄까, 분명한 한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범위 안에 든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 내가 딱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얼마전에 그런 얘길 들었어.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이렇게 말 하더라, 먹고 살만 한가보네? 그래서..

숨, 고르기. 2015.01.22

매년,

매년 그렇긴 하지만, 올 한 해가 또 어떻게 지나 갔는지 모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 하게 된다. 정말로 몰라서라기 보다는 어쩌면 기억하기 싫은 몇몇의 일들과 거기에 묻어 있는 감정 찌꺼기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들이니 나도 기억을 추억에 묻고 가지 않을까 싶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다 하고 돌아 볼 일은 없다. 그저 작년과 비슷했고 다른게 있다면 작년엔 서른 하나였고 올핸 서른 둘이었다 정도 일까. 나에게 닥쳤던 시련따윈 없었던 것 같지만 생각해보니 이직 제안에 고민도 했고 허울뿐이긴 해도 한 계단 승진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살았고 욕심을 내자면 이 시간들이 조금만 더 유지 됐으면 한다. 다음날을 내다보기 힘든 삶은..

숨, 고르기. 2014.12.18

시절이란 말.

시절이란 말을 좋아 한다. 가끔 좋아하게되는 낱말들이 있다. 시절이 그렇고 낯섦이 그렇고 삶이 그렇다. 어느땐가는 쌍받침 낱말에 빠져들기도 했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왠지 모를 미완의 의미가 담겼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절도 그렇다. 역시 완성되지 못한 의미가 담긴 낱말이다. 흘러가는 시절이 그렇고, 맞이하게될 시절이 그렇다. 어느 시절 하나 완성된적 없었고, 그 무엇도 완성된 시절은 오지 않는다. 쓸쓸한 말이다. 과정에 남겨진 인간이란 말은 우릴 곧잘 절망에 빠트린다. 쓸쓸하고 외롭기 때문에.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행운이다.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혼자가 아니고서는, 쓸쓸한 존재가 아니고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카테고리 없음 2014.12.11

버틴다는 것

무언가를 유지하고 흐트러지지 않도록 버틴다는 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은 더 그렇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치고 있으며, 그건 결코 변할 수 없다는 강박. 때론 무엇보다 더 큰 동력이 되고 정체를 지키기 위한 기준점이 되지만 때론 그것이 속박이되어 더 이상은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게 만든다. 버티는 힘이 아니라 버티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건 종교적 신념일 수도 있고, 개인적 윤리일 수도 있다. 인간의 사고라는게 발전없이 반복되는 것에 불과 하다면, 버티게 하는 힘은 고작 욕심에 불과 할 것이다. 나아가는 방향과 들어오는 방향을 구분할만한 능력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다. 버티게 하는 힘은 분명 들어오늘 방향으로 결정된 압력일..

그런, 느낌. 201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