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은 결국 가을을 이기지 못 했다.
그녀의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그 남자의 가을은 도무지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짙었다.
계절이 바뀌듯, 비가 그쳐버리듯, 어느 순간 아침이 밝아오듯,
그렇게 그녀의 세계는 변해버렸던 것이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그 해 여름은, 아마 그 남자에게도 예상밖의 일이었으리라.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가 떠난 이유, 사실은 그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계절이 바뀌듯, 비가 그쳐버리듯, 순간 아침이 밝아오듯, 그렇게 변해버린 것 뿐이었다.
변한다는 것은 때때로 우리에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세상이 무너지는 현상을 목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일 수 없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계가 이제 막 무너진 참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자문해 본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이해해보려 노력하면 노력 할 수록,
이미 무너져 버린 세상은 손들을 스치는 모래알처럼 낯설 뿐이다.
자, 이제는 또 다른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