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금연을 생각한다.

narapark 2009. 2. 1. 04:07
물론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단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습게도 나에겐 특별한 계기가 될 만한 일들이 참 많았다.
얼마전 오래되긴 했지만 잘 타던 차를 폐차시킬 지경으로 망가뜨린 일도 그렇고
그 와중에 손등에 난 작은 상처를 제외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과
비록 내 빚 때문은 아니었지만 작년 여름 결심했던 개인파산, 
그리고 그 전에 이루었던 완전한 독립.
2007년 뜨거웠던 여름, 스페인에서의 40여일에 걸친 성지순례.
글 몇 줄 적어 얼떨결에 받게 된 상당량의 장학금.

가만히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전격휴학에서도 나는 지금과 다른 어떤 것을 할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이유는 없다. 더욱이 합리화 시킬 이유도 없다.
못했다. 는 말 밖엔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만 생각될 때면 나는 항상 금연을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만 해내면 뭐든지 할 수 있을거라는 알 수 없는 생각.
미련하다.
참, 미련하다. 끊는다고 달라질 일이 아닌데 
어디선가 대단한 변화가 찾아 올거라 기대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몽상가 일 뿐 일까. 
몽상가란 이름을 참 멋지다 생각하는데, 사회적으론 참 미련한 사람들인거다.
아마, 이게 그 때의 그 녀석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그 녀석의 모방과 나의 떨림은 다른 것이었으니까.

어쨋든, 금연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다시 하지 않아도 될 이유들을 설명하며 정당화 시킬테고.
그러나, 중요한건 내 앞에 놓인 이 길에 대한 집착만큼은 필요하다.
끝까지 간다고 해서 끝에 설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모두가 말리는 이 길에 대한 신념보다 강한 집착.

내가 신을 거역할 수 없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