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14. 12. 18. 10:01 from 숨, 고르기.
매년 그렇긴 하지만,
올 한 해가 또 어떻게 지나 갔는지 모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 하게 된다.
정말로 몰라서라기 보다는 어쩌면 기억하기 싫은 몇몇의 일들과 거기에 묻어 있는 감정 찌꺼기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들이니 나도 기억을 추억에 묻고 가지 않을까 싶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다 하고 돌아 볼 일은 없다.
그저 작년과 비슷했고 다른게 있다면 작년엔 서른 하나였고 올핸 서른 둘이었다 정도 일까.
나에게 닥쳤던 시련따윈 없었던 것 같지만 생각해보니 이직 제안에 고민도 했고 허울뿐이긴 해도 한 계단 승진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살았고 욕심을 내자면 이 시간들이 조금만 더 유지 됐으면 한다.
다음날을 내다보기 힘든 삶은 이젠 너무 지치고 누가 보살펴주든 그건 내 삶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로 읽게된 예전 내 글들 때문인지 글자 위 펜이 멈칫한다.
내 삶과 내 삶이 아닌 것에 대한 구분 조차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때 만큼 나는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식한 확신과 영리한 회의 사이에 남게된 건 내탓만은 아니겠지.
지난 몇 해 놓친 감각적인 언어들이 아쉬울 따름이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적은 책을 읽을 생각이다. 올해도 충분히 적은 책을 읽은 것 같지만, 내년엔 한 권을 깊게 읽을 생각이다.
바닥을 드러낸지가 오래되어 언제고 채워야 한다 생각했던 일이다.
어디론가 흘러나가 바닥이 보인 줄 알았지만, 다른 곳의 수위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얕아진 걸 깨달았을 때, 그 수치는 비참했다.
비교 우위에 설 수 없다는 박탈감보다는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한심함이다.
와, 그동안 정말 아무것도 안 했구나!?
소모되는 것은 등가교환이라 이해의 범위에 있지만 소모되지도 않았는데 얕아졌다면 너무 오랜 시간 방치해 뒀다는 증거이므로
이제는 더 내버려 둘 수 없는 일이다.
매년 그렇긴 하지만, 다짐이란 참 쉽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