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면,

2008. 12. 7. 21:25 from 거기, 당신.
잊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찌질한 소설 속 주인공 마냥, 질질짜고 애써 웃으려 하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잊을만도 하잖아 하면서 멍한 시선을 던지는 짓까지도 몇 번 반복하다보면 이제는 정말이지 잊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내 머리는 분명 네 전화번호 따위 기억하지 못 하고, 네 집 주소와 우리가 즐겨 찾던 카페 이름 마저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전화기를 들때 마다, 편지를 쓸 때 마다, 커피를 마실 때 마다, 왜 네 얼굴이 생각나는지.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면 왜 네가 거기 있을 것만 같은지. 겨울 바람에 날려간 늦은 가을을 바라볼 때면 왜 반듯하게 모은 네 발이 생각나는건지.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 오늘도 마음이 시리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