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삶이 흘러가는 것을 두고 보는 일은 일로써의 가치가 없다. 

무책임함을 의도적으로 숨기려는 수작에 불과할 뿐이다. 


잘 봐, 내가 사는 모습이 네 성에 차지 않을지 몰라도 마지막엔 

아니, 얼마 후엔 네 상상력이 전혀 닿지 못 한 걸 보게 될 테니까. 


같잖은 씨부림에 더 이상 웃음도 나지 않았다. 

이런식으로 진행되는 용원과의 만남은 끝이 좋지 않다.

둘 중 누구 하나가 정신을 잃어야만 했다.

언제나는 아니지만 용원과의 만남에서 정신을 잃는 건 희재였다. 

그게 편했다. 차라리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릴 떠들어대며

내가 이렇게 망가질 정도로 널 신뢰하고 있다고 이해되면 그만이었다.


내용이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 용원은 언제고 17년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액면가는 좀 더 들어보였지만 막말로 생각하는 수준은 여전히 14살이었다.

누구에게나 강해보이고 싶어했고 주목받고 싶어했다.

용원은 남들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희재도 비슷했는데 자신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