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취미는 사진을 찍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다. 처음 필름 카메라를 만졌을 때 그 어느 때보다 설레었다. 나는 그 낯섦에 상기되었고 그래 이 정도면 내 취미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나는 내게 어울리는 어떤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필름 카메라는 엄청난 유행이 되었고 심지어 그 구하기 힘들다는 주이코 렌즈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길을 나서면 열여 대여섯은 무슨 악세사리를 두른 것 마냥 카메라는 목에 메고 다녔고 그들 사이에는 고가의 디지털 카메라를 멘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불편해졌다. 낯섦의 기억이 유행을 좇는 것으로 왜곡되는 것이 거북했고 참 싫었다. 자연스럽게 카메라는 먼지를 뒤집어 쓰기 일쑤였고 100일은 거뜬하게 버티는 베터리도 카메라를 사용 할 때마다 교체해야 하는 그런 상황까지도 연출되었다. 그러다보니 무심해진 것도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내 취미가 하나 사라져버리는가 싶기도 했다. 그나마 내가 쓰는 브랜드가 그 유행 대열에서도 떨어져나와 있어서 나름 다행이었다랄까.

돌아보면 너무나 유치하고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이지만 자존심의 문제일까 아무튼 그럼에도 나는 어떤 형식으로든 사진을 놓지는 않았다. 귀찮음에 사진에 대한 학습을 해본 적은 없다. 나는 그 무엇도 제대로 배워본적이 없는 것 같다. 사진도 대강 어깨너머로 익숙해졌을 뿐이다. 기계를 다루는 방식은 필요만 충족되면 어떻게든 익숙해졌다. 화각과 빛, 거리와 깊이에 대한 이야기는 강좌로 치면 한 학기로도 부족하겠지만 나는 그런건 모른다. 찍어서 이쁘고 찍어서 어울리면 그만이라. 이쁘고 어울리게 찍으면 나머지는 그 안에 다 있게 되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새 카메라를 만났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