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꾸밈에 대해 결벽증적 태도를 보이곤 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진실은 그 꾸밈 너머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네게 누구보다 솔직한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어했고, 나는 그 일을 꽤 잘 해냈다고 느꼈다.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도 아니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던 일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내 일생의 과업인냥 행동했다. 분명 옳은 일이었고 좋은 일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한 그 무엇보다 자명했다. 

어느날 내 아버지가 내게 던진 한 마디의 말이 마음 한 켠에서 고개를 들었다.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괜찮다. 하지만 네 자신만은 속이지 마라. 아마 당시에 나는 이 말을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괜찮다. 하지만 네 자신에게만은 속지마라. 고 이해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꾸밈에 대한 결벽증적 태도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너를 향해 있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며,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웠다. 나는 네게 속지 말하야 할 수동적인 입장에 선 사람이었으며 말했듯이 나는 내가 네게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지를 매 순간 증명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우월감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정신승리의 과정이었다고 말 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어딘가에 높은 곳에 서서 이 땅을 굽어 살피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회상하면, 그땐 모두를 깔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찮게 느껴졌고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나는 위대했고 모든 면에서 앞서 있었다. 나는 정말로 그랬다. 여기에는 과정도 없었고 결과도 없었다. 이에 대한 기록도 없었다. 단편 영화에서처럼 어떻게 시작됐는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끝났을 땐 왜 끝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랬다. 나는 위대했다.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