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

2010. 9. 29. 22:04 from 숨, 고르기.

"그립다."
소리내어 말해 본다. 그 어린 시절의 한 없이 넓다란 놀이터, 그 곳에 숨겨둔 내 장난감들, 흙먼지로 숨 쉬고 해질녘 들리는 엄마 목소리가, 언젠가 어른이 되면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아픈 사람도 도와주고 가난한 사람들도 보살피고 엄마랑 아빠랑 누나랑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게 꿈이 었던 그 날. 아빠가 출근하는 시간에 일어나 같이 밥을 먹고 그제서야 눈 꼽을 떼어가며 책가방을 싸고, 엄마가 소리를 질러야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던 그 시절에, 학교에 가면 한 명도 빠짐없이 친하게 지냈던 그 시절. 그 시절의 내가. 너무 그립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사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사는 것. 단순하게 보면 이런게 어른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실감하게 되는 '어른'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혼자서 모든 걸 감당 할 수 있는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 아닐까.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의 조롱도, 삶의 속임수도, 그래서 넘어졌을 때 혼자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어야만 하는 사람. 더 이상은 그 어떤 것도 나를 지켜주지 않고, 그 누구도 나를 위해 말해주지 않는 '현실'을 받아 들이고 그런 현실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지금 이 세상는 우리에게 이런 어른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극에 달한 외로움, 그 존재로서의 외로움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순간에도 부숴지지 않아야 하고 꺽이면, 그래서 비난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 나약하다고, 그 정도로 부숴질 거였으면 뭘 해도 안 될꺼라고. 자 보라고, 너 보다 더 힘든 사람도 저렇게 잘 살고 있지 않으냐고, 어리광 피우지 말라고. 그렇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물어뜯는 현실에서마저 혼자서, 결국은 또 혼자서 버텨내야만 하는 존재.
그래서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순간, 그래서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 사람은 자살해버리거나, 미쳐버리거나 하는 걸테다. 심리학은 자기애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하지 않던가. 자기를 사랑하지 못 하면 끝끝내 외로울 수 밖에, 그래서 타인과의 사랑은 생각할 수도 없고 한다해도 서툴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 그런 상태에서 어른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비참한가. 이 세상은 얼마나 비열해 보일 수 밖에 없는가, 싶다.
그래서 더 그립다.
그 때는 그러지 않았어도 행복했는데,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