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그녀

2009. 5. 30. 01:45 from 없는, 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나와 다른 그에게 끌린 것인데, 그와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다름에도 불구한 그와 사랑에 빠진 것이 감사하다고 여겼지만, 점차 우리의 닮은 점이 우리가 마치 운명이라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고 그것들이 우리를 묶어줄 것 같았다. 당연한 다름이 그와 날 이별하게 만들 것 같았다. 난 내 사랑의 시작인 다름을 점차 극복해야할 대상같이 느꼈다. 나와 다른 그를 보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고 다름을 원망하게 되었다. 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했고, 그는 나를 힘들어 했을 것이다.


나는 눈물이 가진 힘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내가 약함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 앞에선 물론이고 혼자 있을 때도 난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서 흐른 눈물에 난 당황한다. 내 전부였던 너다. 그토록 닮고 싶었고, 하나이길 바라던 그는 이제 다른 누군가의 전부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나를 잃는 것 같다.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듣고, 관심 없던 사진을 들여다보고, 그의 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같을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 난 어리석었던 것일까, 난 끝내 같아지지 못한 우리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눈물을 참아본다. 목이 아파오지만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화장을 고치기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내는데, 그 사진이 보인다. 그래, 이것 때문에 너에게 다시 전화를 했었다. 네가 나를 처음으로 찍어준 사진이다. 내가 모르던 나의 표정이 그 안에 담겨있다. 우리의 처음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나도 사진을 향해 한번 웃어 보인다. 그에게도 웃을 수 있을까? 사진을 가방에 넣고 화장을 고친다. 마지막으로 립밤을 바르고 눈과 입에 힘을 주어 미소를 연습한다. 아, 자신 없다.


자리로 돌아와 그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다. 내가 한번 웃어 보인다. 도저히 이 사진은 버릴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건넨다. 그가 살짝 동요하는 듯하다. 그 사진 외의 것은 버렸다. 아니, 버릴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너의 흔적을 찾고 싶을 때 단 하나도 찾지 못해 지금 나의 결심을 후회하게 될 지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결심은 더 이상 번복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아프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가 또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러지 않았으면 하지만, 강요할 수 없다. 지금 내가 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의미 없는 말들로 이 침묵을 깨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 같지 않다. 그가 사진을 들여다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 시간의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까? 끝나버린 사랑이 사랑의 처음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난 그 사진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치 과거에 대한 책임을 미루듯 그 사진에 대한 책임을 그에게 미룬다. 그리고 사진을 어쩌지 못한 것처럼 한동안 내안의 그를 간직하지도 버리지도 못할 것이다.




by  신아

Posted by nar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