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무너져버린,
narapark
2009. 11. 24. 02:40
데미안에 나오는 이야기,
새는 알 안에서 알이 깨어지는 것을 보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무너져 버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살아야할 이유도 없으며 그럴 힘조차 사라졌다고, 그렇게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새 그 새는 알 밖의 세상에 적응하게 되었고, 보다 넓어진 자신의 세상을 바라 보며 조금은 교만해졌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 남았다고, 보라고, 내 세상은 이렇게나 넓어졌다고, 내 지평은 너와는 다른 것이라고.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그것 마저도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과연 누가 알았을까.
세상이 무너진다. 그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더 지독하게. 무너져버린 알 껍데기를 붙이려는 노력은 눈물겹다.
조각이 맞지 않아 이내 두 손을 늘어뜨리고 하염없이 구름만 쫓게 되는 자신이 처량했으리라.
삶은 시간에 비례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익숙해져있었는가에 따라 자신의 모든 것은 규정되고 지켜야할 무엇이로 변해간다.
익숙해진다는 것의 무서움은 그것을 잃었을 때 명확해진다.
나를 규정해주던, 나를 비춰주던 거울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건 아무것도 없다.
나, 있을리가 없다. 자신을 자신이 규정하지 못하는 한 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무너진 세상속에 어떻게든 새장을 찾아 날아드는 새는 꿈이 없는 리차드의 갈매기와 같다.
슬픈이야기. 어쩔손가, 때론 진실보다 거짓이 좋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것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것을 선택하겠다. 왜냐하면 그러는 편이 더 유쾌하니까.
무라카미류의 말마따나 그런 생각은 페스티벌과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그건 잘 못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