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느림.

narapark 2008. 11. 9. 17:20
우리는 한 때 느림, 이라는 말이 유행 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밀란 쿤테라의 [느림]이라는 책 부터 어느 방송의 다큐멘터리까지 말 그래도 유행이 되었던 것이다. 인스턴트식의 삶을 거부하고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자라며 웰빙에 이르게 된 이 말은 이제 사어가 되어 버린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각박해지고 바쁘게 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게 되어버린 이 사회에서 도통 어울리지 않는 이 이야기는 상류층의 전유물로 일반인들의 질타도 받았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느림이라는 말이 유행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우리의 삶을 돌아보자는 생각이 아직은 남아 있었거나 이제는 숨을 돌릴 수 있을만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아 보인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핸드폰과 인터넷이 더욱 더 빠른 속도를 지향함으로써 우리는 그러한 자각능력을 잃게 된 것은 아닐까. 문자메시지를 보내 놓고 답장이 오지 않아 초조해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사실 일상생활에서 문자메시지란 잡답의 수준일 것이다. 물론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문자메시지로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꺼려하기 떄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계를 긋자면 일상적인 그러니까 사소한 이야기를 문자로 주고 받은 경우만을 두고 생각해보면, 그 상황에도 우리는 초조함을 느낀다. 기다리는 것이 힘든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의 상식이라는 것이 지금 말하면 지금 대답을 들어야 하는 것으로 굳혀진게 아닐까. 핸드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약속을 잡을 때에도 시간을 들여 약속을 정하고 시간을 들여 기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기술발달은 우리에게 믿음이라는 것을 잃게 만든 것은 아닐까. 기다린 다는 것은 올 것을 믿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행위가 아닌가.